
25일 강태호 국립부산검역소 검역관(오른쪽 첫번째)이 티나4호 선장실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첫번째))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박증명서 확인 등 해상검역을 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이 배에 승무원은 모두 몇 명입니까? 건강에 이상 있는 인원이 있습니까?” (강태호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국립부산검역소 검역관)
“총 19명이고, 건강에 이상 있는 승무원은 없습니다.” (리오디가리오 라모스 티나4호 선장)
지난 25일 필리핀 선적의 벌크선 티나4호에 몸을 실은 강태호 검역관은 선장을 만나 선박검역을 꼼꼼히 체크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로 특히 분주했던 지난 25일 오전, 부산세관 선착장을 출발한 세관선 세정호에는 검역 대상 선박 티나4호를 향해 조용히 나아갔다. 배에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기자 10여명이 동승했다.
4만t급 티나4호에 가뿐히 올라탄 강 검역관과 팀원들은 곧장 선장실로 향했다. 이들은 선장과 가볍게 인사한 뒤 선박증명서, 승무원 명부 등에 대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라모스 선장은 즉시 전 승무원을 선장실로 호출했다. 속속 도착한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검역관들은 체온을 측정했다. 조현태 검역관은 “질병이나 전염병의 경우 체온변화가 일차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필리핀 국적의 1등 항해사부터 조리사까지 익숙한 듯 체온 측정을 받았고, 확인 서류 서명 후 제자리에 돌아갔다.
그러다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일부 승무원 3명이 작업교체 인원을 문제로 “선장실 방문을 할 수 없다”고 무전을 보내온 것. 라모스 선장은 “이들이 작업 중인 선실 아래로 내려가 검역을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4만t급 선박을 최적 인원으로 운영하려는 선장의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 곧장 검역관들이 확인 서류와 체온계 등을 챙겨 선실 지하로 향했다.

25일 해상검역에서 위생 확인을 위한 시료를 채취하는 모습.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이들이 선실 지하로 떠난 뒤에도 선장실에서 검역조사는 계속됐다. 이어 선장실 아래 주방, 화장실 검역이 진행됐다. 또 호스피털로 불리는 의무실에 이어 의약품 창고도 확인했다. 티나4호 선의(의무담당 선원)에게 최근 의약품 사용 기록을 요구한 검역관은 “10월에 찰과상으로 사용한 의약품 외 이상 기록은 없다”고 전했다.
선박 위생상태 검사를 끝으로 이날 해상 검역은 마무리됐다. 이날은 3명의 검역관이 나섰지만, 실제로는 2인 1조로 검역을 한다. 해상 검역은 직접 바다에 나가서 하는 만큼 육상근무에 비해 피로도가 높다. 또 선박 운항 사정 등을 고려하면 평균 30~40여분의 검역 시간도 지체할 수 없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집중해 승무원의 건강, 선박의 위생 이상 유무를 알아내야 한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
이날 해상 검역에 동승한 박기준 질본 검역지원과장은 “후배 검역관들이 해상에서 고생을 참 많이 한다”면서 “일이 험해 남성 위주로 해상 근무를 하지만 여수, 인천의 경우 여성 검역관들도 해상 근무가 잦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녀 구분 없이 해상 근무에 적잖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도 이를 인지하고 개선책을 마련 중이다. 이날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앞서 여수, 인천을 확인했고, 임기 동안 모든 해상검역 현장을 확인할 것”이라며 “소방이나 경찰처럼 여성 인력에 제한을 두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송종호 기자 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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