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4원 오른 1194.7원에 거래를 마쳤다. 단기 최저점을 기록한 지난달 6일(1156.9원)과 비교하면 약 한달 만에 3.3%(37.8원) 올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연내 1140원 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됐던 8월 1222.2원까지 치솟은 환율이 하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10월 18일과 19일 브렉시트 합의안 도출의 영향으로 이틀 만에 15원이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달 11일에는 홍콩시위가 격화되며 9.5원 치솟았다. 이달 4일에도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가능성이 불거지며 7.1원 상승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진 않다. 당장 15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여부에 따라 환율이 요동칠 수 있다. 양국은 당일까지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미국과 중국이 신경전을 이어가면서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힘든 분위기다.
내년도 장담할 수는 없다.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기관에서는 올해 강세가 지속됐던 달러화가 내년 들어 하향 안정화해 원·달러 환율이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양국의 일촉즉발 상황이 발생하고 미국 대선과 브렉시트 등 대외 불확실성 변수가 이어진다면 변동성은 올해보다 커질 수 있다. 미·중 갈등이 지속된다면 지난 8월 고점을 터치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에는 원화가 중국 위안화의 프록시 통화로 활용되면서 변동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위안화 자산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 파생상품을 통해 환위험 헤지에 나서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 것이다.
한국과 중국이 밸류체인으로 강하게 묶이면서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 현상을 불러온 기본적인 요건이 마련된 셈이다.
원화를 통한 환위험 헤지가 위안화를 통한 헤지보다 수월하고 비용도 적게 드는 여건이 이런 현상을 가속화했다. 실제로 위안화 자산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위험을 헤지할 때 원화 파생상품을 통해 헤지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
국내 수출 기업의 실적 부진도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올 하반기가 글로벌 경기 저점인 데 반해 한국의 수출 실적은 내년 상반기가 저점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렇게 되면 세계 경제는 회복 국면에 들어갔는데도 한국 경제는 쉽게 회복되지 않아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변화하는 글로벌 무역환경에 한국 기업들이 제때 대응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수출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위한 수출구조 혁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내실이 제대로 다져지지 않으면 외풍이 불 때마다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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