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난 2014년 4월 16일 박 전 대통령의 일정과 청와대 업무상황 등을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봉인'해 향후 30년 동안 열람할 수 없도록 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대통령권한대행)의 조치가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결정을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청와대 자료들의 대통령 기록물 지정 행위나 대통령 기록관 이관행위는 모두 국가기관 끼리의 내부 절차에 불과해 기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없기 때문에 헌법소원 대상이 안된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기록물을 이관하는 행위는 국가기관 사이의 내부적·절차적 행위여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이 사건 심판 청구는 부적법하다"라고 판단했다. 또한 “대통령 기록물 지정 행위 역시 국가기관 사이의 행위로 국민을 상대로 하는 직접적 공권력 작동으로 보기 어려워 헌법소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법소원 사건에서 ‘각하’ 결정이 나왔다면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국가권력 발동이나 부작위로 보기 어려운 경우 △다른 구제절차가 남아 있는 경우 등이다.
헌법소원이라는 제도가 국가권력의 발동이나 부작위로 인해 기본권 침해가 발생한 경우, 다른 구제절차를 모두 거쳤는데도 침해를 벗어나지 못했을 때 침해를 당한 개인이 직접 헌법재판소에 구제를 청구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세월호 유족들의 헌법소원이 각하된 것은 두 번째에 해당된다.
대통령 기록물지정이나 이관은 국가기관 사이의 업무이거나 국가기관 내부의 질서에 대한 것은 그 자체로 국민의 권리관계에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니고, 대통령 기록물법의 존재로 인한 반사적 손해나 이익이 발생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본권의 침해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헌재는 “청구인들이 열람을 원하는 특정한 대통령기록물이 존재하고 그 기록물의 공개를 청구했음에도 보호기간 지정으로 공개가 거부된 사정이 존재하는 때”에는 “알권리의 제한이 존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판단해 향후 입장을 변경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즉, 유족들이 구체적으로 열람을 원하는 기록물을 지목해 공개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현행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르면 대통령 지정기록물이 되면 30년 동안 공개가 금지된다. 만약 수사상 필요가 있어 열람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국회의 동의나 고등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한다.
지난 2017년 5월 황교안 당시 대통령권한대행(국무총리)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각종 기록물과 청와대 자료를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정해 대통령 기록관으로 보냈다.
이 중에는 이른바 ‘세월호 7시간’에 해당하는 자료들도 대거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세월호 유족들은 지난 2017년 8월, ‘황 전 총리가 무작위로 대통령 지정기록물을 지정하는 바람에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힐 수 있는 길이 막혔다’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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