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달 예정된 법원 경매 10건 중 7건의 입찰기일이 변경됐다. 풍선효과로 가격이 오른 수도권 지역의 일부 법원에는 저평가됐던 물건을 사기 위해 마스크를 쓴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7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3월 전국 경매 진행건수는 3876건이고, 이 중 1364건이 낙찰됐다. 낙찰률은 35.2%로 2월(36.3%)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33.9%)보다는 1.3%포인트 상승했다.
낙찰가율은 70.1%로 2월(70.9%) 대비 0.8%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3월(66.9%)보다는 3.2%포인트 높은 수치이다. 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평균 응찰자 수는 전월 대비 0.3명 증가한 4.8명이었다.
특히 셋째 주 이후 문을 연 인천과 의정부 등 수도권 일부 법원에선 입찰 법정이 열리자 입찰서를 제출하려는 마스크 행렬이 이어졌다. 3월 16일 휴정 권고 이후 수도권 경매 법원 중 처음 문을 연 의정부지법 경매11계에 나온 녹양동 녹양힐스테이트 85㎡엔 무려 73명이 응찰했다. 응찰자가 한 명도 없어 한 차례 유찰돼 감정가(2억7000만원)의 70%인 1억8900만원부터 입찰을 시작한 이날 경매에서 낙찰가는 2억6545만원(낙찰가율 98%)이나 됐다.
17일 인천지법 경매24계에 나온 서구 가좌동 현대아파트 85㎡엔 30명이 응찰했다. 이 아파트 역시 한 차례 유찰 후 감정가(2억1000만원)의 70%인 1억4700만원부터 경매가 시작됐는데, 1억9863만원에 낙찰되면서 낙찰가율이 95%까지 높아졌다.
인천과 안산 등 수도권 비규제지역 아파트 경매에도 수십명이 몰렸다. 또 2·20대책 이후 규제 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수원과 용인 아파트도 높은 입찰 경쟁률을 보이며 감정가를 훌쩍 넘겨 낙찰됐다.
전문가들은 요즘 경매시장은 물건은 늘어나는데, 매수 심리는 빠르게 위축되고 있어,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들다고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경기 상황이 나빠지고 매매시장이 위축되면 경매시장은 활기를 띤다. 경기 여건이 나빠지면서 채권자들이 채무자의 부동산을 경매로 처분하는 건수는 늘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경기 위축으로 부동산 상품의 경매 물량이 증가하며 매각가율과 매각률이 낮아질 수 있다. 입찰자로서는 가격 만족도가 높은 상품을 경매시장에서 고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3월 경매 예정 물건의 약 70%가 경매 일정을 미룬 것으로 나타났다. 3월 입찰 예정이던 경매 사건은 총 1만5083건으로 이 중 68.3%인 1만309건의 입찰기일이 변경됐다. 지지옥션이 관련 통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2001년 이후 역대 최고 변경 비율이자 최다 변경 건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