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대한민국이 세계의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표준국가론'을 제시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정의를 쫓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가 새로운 표준국가를 설정한다는 개념이다. 박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부터 구상했던 용어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화두로 다듬어 내놓았다. 선도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부의 구상과 궤를 같이한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7일 세종대로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본지와 만나 "코로나19 이후 K-방역이 하나의 새로운 세계 표준이 되었듯 이제는 우리가 표준과 규범을 만들면 된다"며 "대한민국이 세계 표준을 만들고, 표준을 향해 나아갈 때"라고 밝혔다.
영국이 대항해 시대 표준시와 산업화 시대 철도 표준궤로 세계를 제패했듯, 표준은 곧 그 시대의 글로벌 패권을 의미한다.
위기의 파고를 넘는 동시에 새로운 표준 국가를 만들어 국가 위상을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게 박 시장의 생각이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팬데믹으로 경제와 산업, 일상이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고 있는 지금을 우리 대한민국의 위상을 재정립해 세계에 우뚝 설 수 있는 적기로 본 것이다.
박 시장은 방탄소년단(BTS)과 영화 '기생충'을 예로 들며 "K-팝, K-드라마, K-뷰티, K-푸드 등 한국 사회가 표준을 만들어 전 세계로 확산된 분야는 적지 않다"며 "대한민국의 축적된 역량이 수많은 영역에서 빛을 내며 세계를 이끌어 가고 있었는데 정작 우리만 가치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가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영향이 컸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현대사의 큰 업적을 이룬 뒤 오랜 기간 다음 목표를 찾지 못하고 방황했다.
박 시장이 "이미 세계의 표준이 된 경험을 살려 우리만의 독자적이고 선진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그동안 가져왔던 생각, 생활, 태도, 습관 등 모든 것을 다시 돌아보고 혁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시장은 "질서를 만드는가, 질서를 따르는가. 이 차이가 선진국과 중진국을 나눈다"며 "지금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세계적 위기 속에서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야 할 절호의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민에게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우리 앞에 있던 시야를 보다 넓혀서 글로벌한 변화, 발전을 보면서 코로나 이후는 단순히 감염병 하나를 극복한 것을 넘어 새로운 자신감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우리 함께 변화에 매진하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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