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일·EU, 코로나19 백신 사재기...전 세계 백신 대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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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요 기자
입력 2020-08-0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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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들이 아직 개발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을 싹쓸이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확보한 물량은 수십억회 분으로 향후 몇 년 간 생산될 전체 백신 물량을 넘어선다. 공급량 부족이 가시화되면서 자금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은 백신을 아예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은 5일(현지시각) 미국 정부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투자받고, 백신 1억회 분을 공급하기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이 계약은 미국 정부가 향후 2억회 분을 추가 주문할 수 있다는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 존슨앤존슨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조만간 임상 3상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로이터 통신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미국은 백신 7억회 분량을 확보했다. 추가 주문 옵션까지 고려하면 19억회 분량을 선점했다고 볼 수 있다. 백신 확보 비용만 78억5000만 달러(약 9조3000억 원)에 이른다.

미국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 백신 3억회 분(12억 달러),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백신 1억회 분(19억5000만 달러), 프랑스 사노피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백신 1억회 분(21억 달러), 미국 노바백스 백신 1억회 분(16억 달러)을 선구매했다. 화이자·바이오앤테크 그리고 사노피·GSK와는 각각 5억회 분량 추가 주문이 가능한 장기옵션 계약도 맺은 상태다. 

미국 정부의 백신 사재기는 오는 11월 대선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원활한 백신 공급을 통해 대선을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려 한다는 게 중론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이날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내년 말까지는 백신을 최대 10억회 분량까지 만들어서 전 세계가 코로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몇 년 간 백신 공급이 턱없이 부족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영국의 조사업체 에어피니티(Airfinity)는 오는 2022년 1분기까지 전 세계 예상백신 생산량이 10억회 분량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라스무스 베흐 한센 에어피니티 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전 세계에 충분히 공급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이 1인당 2회 이상의 투여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백신 대란을 우려한 선진국들은 서둘러 백신을 사들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사노피와 3억회 분, 아스트라제네카와 4억회 분량의 공급 계약을 진행 중이다. 모더나, 존슨앤드존슨 등과도 협상을 벌이고 있다. 

영국은 자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로부터 1억회 분량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 외에도 발네바 백신 6000만회 분, 사노피 백신 6000만회 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화이자와 바이오앤테크 백신 3000만회 분에 대한 공급 계약도 추진 중이다. 워크하트(미공개)와도 협상 중이다.

일본은 화이자와 1억2000만 회 분량의 백신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추가로 협상 중인 계약 물량까지 감안하면 미국, EU, 영국, 일본이 지금까지 선점한 백신 물량은 약 30억 회분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백신 공급 계약을 단 한 건도 체결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백신 공급 메커니즘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 참여한 상태다. 코백스에서 공급 백신을 선정하면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백신을 확보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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