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부자들] 무자본 투자 9년차 순수익 10억원…"이제는 도시재생 디벨로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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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0-08-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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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호사에서 부동산투자 전문가로 거듭난 정현주 대표

  • 지방에서 우수한 입지에 전세가율 높은 단지부터 공략

  • 개발호재 팩트체크·분산투자·세입자 원만한 관계 핵심

<편집자주> 우리는 한 해에 부동산 자산이 수억원씩 불어나는 시대에 살아왔습니다. 혹자는 이 기회의 땅에서 큰돈을 벌었고, 누군가는 적은 이윤에 만족하거나 손해를 보면서 부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30대 이상 성인남녀가 두 명 이상 모인 곳에서는 어김없이 "누가 어디에 뭘 샀는데 몇억원을 벌었대"와 같은 주제가 으레 오갑니다. 삽시간에 궁금증의 초점은 그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에 맞춰지죠.
 
이에 본지는 소위 '아파트부자'로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와 재테크 노하우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성공담과 실패 경험뿐 아니라 기회와 위기를 마주했을 때의 심정과 전략, 그 결과까지 전하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30부작으로 연재합니다. 이 기록으로써 우리 모두 나름의 교훈을 얻어가길 바랍니다.

 

[그래픽 = 김효곤 기자]

십여 년간 모은 2000만원, 14개 부동산 자산으로 불어나
"욕심을 제어하는 게 핵심인 것 같아요.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있으면 아집이 돼요. 주변에 다양한 성향과 연령대의 사람들과 공부하고 호흡하는 게 실패하지 않는 전략이죠."

아파트부자들 스물여덟 번째 주인공은 간호사에서 대출상담사, 부동산투자 전문가, 도시재생 디벨로퍼까지 다채로운 삶을 살아온 정현주 여의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43)다.

지난 2011년 대구 분양권과 갭투자로 시작해 토지, 리모델링 등으로 10억원 가량의 순수익을 봤다. 초기 자본은 십여년에 걸친 직장생활 끝에 모은 2000만원이었다.

이 돈은 현재 아파트 4채와 전원주택과 상가 각각 1채씩, 지방 각지에 주변인들과 공동으로 소유한 땅 8필지로 불어난 상태다.

투자처는 대구와 전북 전주시, 전남 순천, 경남 사천·창원 등 지방 위주다. 적은 돈으로 지역마다 여러 매물을 골라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곳들이다.

지금 정 대표는 도시재생 디벨로퍼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지어진 지 50년 넘은 경남 사천의 한 여인숙을 게스트하우스로 고쳐 짓고 손님맞이를 준비 중이다.

인근 낚싯배 선주들과 패키지 상품도 기획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 투숙객과 낚시 상품을 묶어 수익을 공유하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형태다.
 

정현주 대표가 리모델링한 경남 사천시 '낭만여인숙' [사진 = 사연자 제공]

성공 요인 세 가지 : 팩트체크·분산 투자·세입자 관계
풍부한 상상력과 긍정적인 자세로 무장한 그는 지금까지 실패하지 않은 원인으로 개발 호재에 대한 팩트체크와 분산 투자, 세입자와 원만한 관계, 스터디 커뮤니티 등을 꼽았다.

개발계획이나 지구단위계획 지정 등을 알리는 뉴스와 지자체 고시공고를 유심히 보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최대한 빨리 분석해서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자신의 수요 예측이 틀릴 수 있기에 같은 지역에서도 한 매물만 고집하지 않았고 추가 비용이나 전세금 반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입자와 유대감을 쌓는 데 집중했다.

"주변에 실패하는 사람도 정말 많이 봤거든요. 얼마나 많이 버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리스크를 상쇄할지에 대해서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해요."

"호재가 있다고 하면 사람들하고 팩트체크를 해보는 거예요. 정말 지하철이 들어올 수 있는지, 토지이용계획 또는 지구단위계획상 가능한 일인지, 현장 분위기는 어떤지 등등요."

"지역마다 보는 눈이 달라서 내가 생각한 A 아파트보다 B가 더 인기 있는 경우가 더러 있어요. 또 세입자 관계를 생각하지 않는 분이 많은데, 나중에 정말 큰 낭패를 볼 수 있죠."

그는 한 번에 많은 수익을 노리기보다 자신만의 기대 수익을 정해뒀다. 투자금의 두 배를 회수하는 시점이 되면 욕심부리지 않고 매도하는 식이다.
 
실수요자 선호 입지 중 전세가율 높은 옥석 가리기
첫 투자는 지난 2011년 대구로 돌아간다. 당시 준공 20년차 복도식 구축 아파트였고, 대구 지하철 3호선 범물역이 도보권에 개통할 예정인 데다 주변에 초·중·고교와 백화점이 있는 입지다.

투자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방 중에서도 서민 실수요자가 선호할 만한 입지에 개발 호재가 있고 전세가율도 높은 세 가지 요건으로 옥석을 가린 결과다.

매수자금으로는 매매가 1억1800만원에 전세 1억원을 맞춰 1800만원이 들었다. 2년 뒤 전세 재계약 시점이 되자 아직 교통 호재가 실현되지 않았지만 1억3950만원에 되팔았다.

이후에는 경기도 고양시로 갔다. 단지 바로 앞에 BRT(간선급행버스체계)가 생긴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본 후 다시 입지가 좋고 전세가율이 높은 단지를 찾은 것이다.

지난 1995년에 지은 이 구축 아파트는 도보권에 지하철 3호선 화정역과 롯데마트, 이마트, 초·중·고교, 공원 등 생활편의시설과 각종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에 있다.

매매계약서를 보면 2014년 7월 1억8000만원 매물을 전세 1억5000만원을 주고 매입해 2016년 4월 2억2900만원에 되팔았다. 세금을 제외한 수익은 4000만원 가량이다.

"뉴스에서 나오는 전국 호재는 다 점검을 해보는 것 같아요. 그 지역에서 옥석은 어떤 단지인지, 수요가 몰릴 곳은 어디인지 주변 사람들과 토론하고 현장 경험을 공유하는 거죠."

이런 식으로 가용 자금이 늘어나자 대출을 동원해 갭 1000만~2000만원으로 살 수 있는 매물을 지방 곳곳에서 10채 이상 사들여 대부분 두 배 이상의 차익을 남겼다.

2017년에는 땅 투자로 눈을 돌렸다. 경쟁자와 규제가 늘어난 아파트 대신에 주류가 아닌 어려운 분야에 기회가 있다고 봐서다. 실제로 아직 토지는 감정가의 80%까지 대출이 나온다.

지자체 고시공고가 난 뒤에도 타이밍만 잘 잡으면 1종일반주거지역이 2종으로 오르거나 지구단위계획이 지정돼 땅값이 두 배씩 오르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처음 부동산투자를 생각했을 때부터 땅에 관심이 많았어요. 결국, 아파트 전에는 허허벌판이거나 논두렁이니까, 가치를 알아보는 능력과 돈만 있으면 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투자를 시작하지도 않았던 10여년 전에 돈도 없으면서 땅은 왜 보러 다니냐고 주변에서 구박했었거든요. 그래도 진짜 좋은 땅 살 거라고 장담하면서 돌아다녔더랬죠."

"허허벌판이 상상력을 자극했어요. 이곳은 어떻게 변할까. 어떤 건물이 들어올까. 그러면서 점점 디벨로퍼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제 그는 사업이나 투자를 쉬어도 일정한 수입이 들어오도록 하는 작업에 나섰다. 경제적 자유와 자신만의 시간을 얻기 위해서다.

"열심히 일하고 좋은 사람과 같이하면 사는 데 문제없다고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워라밸이 잘 지켜지는 세상이었으면 부동산투자를 꿈꾸진 않았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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