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방문한 라네즈의 몰입형 디지털 아트 전시회 '라이프 오아시스'는 전시관 어디를 둘러봐도 화장품 기업에서 연 전시회라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스크린 위로 폭포처럼 반짝이는 빛과 물이 쏟아져 내렸다. 모래사장 위를 걸으면 한 걸음 뗄 때마다 메마른 모래 위로 물방울이 맺혔다. 물안개가 관람객을 부드럽게 감싸고, 앉아있는 관람객 위로 거대한 파도가 덮친다. 7개 전시실에는 물에서 영감을 얻은 다양한 디지털 아트가 끊임없이 나타났다. 그러나 어디에도 화장품은 없었다. 건물 외벽 간판에도 라네즈 브랜드 표시는 찾아볼 수 없다.
"메마른 사막 위에서 포기를 모르고 싹을 틔워 내는 물의 생명력을 표현했습니다. 직접 발자국을 남기며 물의 생명력이 전하는 희열과 환희를 느껴보세요."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0월 성수동에 '아모레 성수'를 연 바 있다. 아모레 성수 또한 기존 플래그십 스토어나 쇼룸과 다르다. 방문객이 편안하게 아모레퍼시픽의 전 제품을 테스트해보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부담 없이 체험에만 집중할 수 있게 화장품 기업의 쇼룸이지만 소수의 시그니처 제품 외에는 화장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 대신 경험 제공에 나선 이유는 최근 화장품 시장 유통 트렌드 변화에 따른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가 주요 소비자층으로 떠오르며 화장품 핵심 유통 채널은 오프라인 원브랜드숍에서 온라인, 헬스앤뷰티(H&B) 스토어로 옮겨갔다. 전통적인 화장품 기업에서 나온 제품을 제치고 기발한 아이디어와 컨셉으로 소셜 네트워크(SNS)에서 인기를 끈 '인디브랜드' 화장품이 득세했다.
온라인에 밀린 오프라인 매장은 구매보다는 제품을 체험하는 장소로 변했다. 제품 체험 장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시회를 열며 브랜드에 대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브랜드 철학을 전달하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라네즈의 주력 고객층은 밀레니얼 세대다. 특별한 경험을 갈망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브랜드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이번 전시회를 개최했다"며 "'라이프 오아시스'를 통해 라네즈 브랜드의 매력을 높이고, 브랜드와 고객 간 상호 작용을 활발히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