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는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오가며 그 시대를 지나온 인물들을 그려왔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변해도 배우 성동일(53)은 변함없이 '아버지' 역으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그가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보여준 건 변하지 않는 아버지의 사랑이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변해도 가장 평범하고 가까운 보통 아버지의 모습. 성동일은 그렇게 '국민 아버지'가 됐다.
지난 29일 개봉한 영화 '담보'(감독 강대규)에서도 성동일은 '아버지'가 되어 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보여준다. 전작들과 다른 점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를 키우며 진정한 아버지로 거듭나는 모습을 그린다는 점이다.
"'응답하라'의 경우는 다 친딸이었지만, '담보'는 양딸이잖아요? 아무래도 키우면서 힘든 점들이 있었죠. 친딸은 조금 더 표현이 거칠더라도 넘어갔지만, 양녀는 조금 조심스러운 점도 있고. 승이와 찍을 때도 그런 부분이 까다롭더라고요. 야단치고 혼내는 것도 어떤 '판단'이니까.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도 하고요."
영화 '담보'는 인정사정없는 사채업자 '두석'(성동일 분)과 그의 후배 '종배'(김희원 분)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박소이 분)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 성동일은 사채업자 두석 역을 맡았다. 험상궂은 생김새나 무뚝뚝한 말투와 달리 따듯한 마음을 가진 인물. 승이 엄마에게 떼인 돈을 받아내기 위해 승이를 담보로 데려가는 초강수를 두었지만, 계획과 달리 얼떨결에 아이를 키우게 됐다.
"딸들도 조금씩 다르죠. '응답하라' 속 우리 딸들은 불평도 많고 뭐 사달라 마라 응석도 많은데. '담보' 속 승이는 한마디 불평하는 법이 없잖아요? 연기하면서도 짠한 데가 많았죠."
영화 '담보'는 추석 극장가와 잘 맞는 따뜻한 가족 드라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들이 모여 점점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그려졌다.
이 작품은 성동일의 딸 성빈 양의 '초이스'였다고. 평소 성동일보다 먼저 시나리오를 읽어본다는 성빈 양은 영화 '담보' 시나리오를 읽고 성동일에게 추천하기도 했다고 한다.
"아시다시피 우리 집엔 TV가 없어서 아이들 낙이 시나리오 읽는 거예요. 그 시나리오 감독이 누구고 제작사가 어디고 상대 배우가 누군지 생각지 않고 순수하게 책 읽듯이 읽으니까. 어쩌면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 싶어요. 한번은 아이들이 그러더라고요. '우리와도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를 찍으면 안 되겠냐'고요. '담보' 출연의 결정적인 이유기도 했고요."
평소 가족들을 향해 남다른 애틋함을 표현해왔던 성동일은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따뜻한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담보'는 그런 점에서 적격인 작품이었다. 가장 성동일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고 동시에 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다.
"아이들이 보고 '아빠 연기 많이 늘었네' 하더라고요. 하하하. 아이들이 정말 재밌었다고 하니까 뿌듯하기도 했죠. 영화를 보고 '너희는 얼마나 행복한지 좀 봐라'라고 말하기도 하고요."
슬하에 아들과 두 딸을 둔 아버지인 그는 영화 '담보' 속 승이의 삶이 더욱더 애틋하고 안타깝게 느껴졌다고 했다.
"저 역시도 어린 시절 승이와 같은 상황을 겪은 적이 있어요. 살아온 과정이 있어서 (승이가) 이해가 가고 아버지가 보니 안타깝죠. 아이가 겪는 모든 상황에 대해 울컥 눈물이 쏟아질 정도였어요."
하지만 성동일은 눈물을 쏟거나 휘몰아치는 감정을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감정을 눌러 담백하고 담담하게 그려내려고 했다.
"관객들이 '두석은 왜 울지 않지?'라고 물어 볼 수 있어요. 연기자로서 저는 중간자적 입장이에요. 승이와 주변 사람들만 봐도 충분히 감정이 몰아칠 텐데 저까지 감정을 쏟아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걸 잘 안고 가자고 생각했죠. 내가 참고 관객에게 돌려주자 했던 거죠. 연기할 때 아이 얼굴만 봐도 울컥하고 지원이가 연기한 성인 승이를 마주했을 때도 목이 메더라고요. 하지만 두석의 감정을 담백하게 하고 영화 말미에는 모호하게 표현해보려고 했어요. 눈이 촉촉하거나 한 방울 흐르는 정도로만요."
그는 기자간담회나 인터뷰에서 두석을 연기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성동일 그 자체"라고 말했지만, 누구보다 작품과 캐릭터에 관해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시나리오가 정말 잘 짜여있었어요. 어린 승이부터 어른 승이, 두석, 종배 모두 디테일이 살아있어서 (연기적으로도) 고민이 있었죠. 하지만 러닝타임 등 한계가 있어서 몇몇 장면이 편집됐어요. 예컨대 고등학생이 된 승이의 모습 같은 거죠. 질풍노도의 시기고 누군가의 사랑이 필요한 시기인데 브릿지들이 많이 잘려 나갔어요. 종배의 경우도 친아버지를 찾아주었다는 소식에 갑자기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이는데 앞뒤 사정이 있었어요. 종배는 두석이 아프다는 걸 이미 눈치챈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더 답답해하고 속앓이를 했던 거죠. 이런 브릿지들이나 디테일들이 숨어있었는데 아쉽게 나오진 못했네요."
1993년 인천을 배경으로 한 영화 '담보'는 당시 차이나타운을 비롯해 양옥집, 인기 가수인 서태지와 아이들 등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장소와 소품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끈다. '강철비2' '협상' 등을 만든 양홍삼 미술 감독과 제작진이 꼼꼼한 사전조사를 통해 매 장면 시대 배경이 담긴 장소를 꾸몄다.
"저는 양옥집이 특히 인상적이더라고요. 마루며 창문, 커튼, 자개장롱까지. 그 시절 그 촌스러움이 그대로 있더라고요. 제가 그 시대를 살았으니까요. 정말 정겹더라고요. 특히 그 자개장롱! 저 어릴 때도 그게 있었거든요. 어머니가 특히 아끼셔서 등을 기대지도 못하게 했었는데. 요즘은 보기 힘든데 다시 보니 추억에 잠기게 되더라고요."
성동일의 원동력은 가족이고, 그가 '일'할 수 있는 건 동료들 덕이다. 그는 언제나 가족과 가까운 지인 그리고 영화 스태프들을 챙겨왔다. "배우는 중소기업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투자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성동일의 철학은 그의 곁에 남은 수많은 지인을 보며 실감할 수 있었다.
"후배들이 저를 따르는 건 가르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죠.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있으면 언제든 들어주고요. 술 못 먹는 후배에게 강요한 적도 없고, 만취해서 주정 한 번 부려본 적이 없어요. 우리 아이들도 내가 나이 먹고 실수하면 만나려고 안 해요. 내 가족이 싫어하면 남들은 3배는 더 싫어한다고. 하하하. 제가 유일하게 조언하는 건 스태프들에게 투자하라는 거예요. 사실 배우는 중소기업만큼 벌잖아요. 기업들도 돈을 벌려면 투자를 하는데 배우들은 생산 투자라고 할 만한 게 없잖아요. 그러니 우리 돈 벌게 해주는 스태프들에게 맛있는 것도 사주고 함께 이야기도 하라는 거예요. 많이 고생하니까."
성동일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동료·후배들에 관한 걱정도 전했다. 코로나19로 영화 산업이 크게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영화가 개봉하는 것만으로도 잘 풀린 상황이잖아요. 요즘 동료들이나 후배들이 많이 어려워해요. (영화) 투자도 못 받고 엎어지기도 하고 개봉이 계속 밀리고요. 안타까운 마음이 크죠. 다들 잘 이겨낼 수 있기를 바라요."
지난 29일 개봉한 영화 '담보'(감독 강대규)에서도 성동일은 '아버지'가 되어 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보여준다. 전작들과 다른 점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를 키우며 진정한 아버지로 거듭나는 모습을 그린다는 점이다.
"'응답하라'의 경우는 다 친딸이었지만, '담보'는 양딸이잖아요? 아무래도 키우면서 힘든 점들이 있었죠. 친딸은 조금 더 표현이 거칠더라도 넘어갔지만, 양녀는 조금 조심스러운 점도 있고. 승이와 찍을 때도 그런 부분이 까다롭더라고요. 야단치고 혼내는 것도 어떤 '판단'이니까.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도 하고요."
영화 '담보'는 인정사정없는 사채업자 '두석'(성동일 분)과 그의 후배 '종배'(김희원 분)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박소이 분)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 성동일은 사채업자 두석 역을 맡았다. 험상궂은 생김새나 무뚝뚝한 말투와 달리 따듯한 마음을 가진 인물. 승이 엄마에게 떼인 돈을 받아내기 위해 승이를 담보로 데려가는 초강수를 두었지만, 계획과 달리 얼떨결에 아이를 키우게 됐다.
"딸들도 조금씩 다르죠. '응답하라' 속 우리 딸들은 불평도 많고 뭐 사달라 마라 응석도 많은데. '담보' 속 승이는 한마디 불평하는 법이 없잖아요? 연기하면서도 짠한 데가 많았죠."
영화 '담보'는 추석 극장가와 잘 맞는 따뜻한 가족 드라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들이 모여 점점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그려졌다.
이 작품은 성동일의 딸 성빈 양의 '초이스'였다고. 평소 성동일보다 먼저 시나리오를 읽어본다는 성빈 양은 영화 '담보' 시나리오를 읽고 성동일에게 추천하기도 했다고 한다.
"아시다시피 우리 집엔 TV가 없어서 아이들 낙이 시나리오 읽는 거예요. 그 시나리오 감독이 누구고 제작사가 어디고 상대 배우가 누군지 생각지 않고 순수하게 책 읽듯이 읽으니까. 어쩌면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 싶어요. 한번은 아이들이 그러더라고요. '우리와도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를 찍으면 안 되겠냐'고요. '담보' 출연의 결정적인 이유기도 했고요."
평소 가족들을 향해 남다른 애틋함을 표현해왔던 성동일은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따뜻한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담보'는 그런 점에서 적격인 작품이었다. 가장 성동일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고 동시에 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다.
"아이들이 보고 '아빠 연기 많이 늘었네' 하더라고요. 하하하. 아이들이 정말 재밌었다고 하니까 뿌듯하기도 했죠. 영화를 보고 '너희는 얼마나 행복한지 좀 봐라'라고 말하기도 하고요."
슬하에 아들과 두 딸을 둔 아버지인 그는 영화 '담보' 속 승이의 삶이 더욱더 애틋하고 안타깝게 느껴졌다고 했다.
"저 역시도 어린 시절 승이와 같은 상황을 겪은 적이 있어요. 살아온 과정이 있어서 (승이가) 이해가 가고 아버지가 보니 안타깝죠. 아이가 겪는 모든 상황에 대해 울컥 눈물이 쏟아질 정도였어요."
하지만 성동일은 눈물을 쏟거나 휘몰아치는 감정을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감정을 눌러 담백하고 담담하게 그려내려고 했다.
"관객들이 '두석은 왜 울지 않지?'라고 물어 볼 수 있어요. 연기자로서 저는 중간자적 입장이에요. 승이와 주변 사람들만 봐도 충분히 감정이 몰아칠 텐데 저까지 감정을 쏟아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걸 잘 안고 가자고 생각했죠. 내가 참고 관객에게 돌려주자 했던 거죠. 연기할 때 아이 얼굴만 봐도 울컥하고 지원이가 연기한 성인 승이를 마주했을 때도 목이 메더라고요. 하지만 두석의 감정을 담백하게 하고 영화 말미에는 모호하게 표현해보려고 했어요. 눈이 촉촉하거나 한 방울 흐르는 정도로만요."
그는 기자간담회나 인터뷰에서 두석을 연기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성동일 그 자체"라고 말했지만, 누구보다 작품과 캐릭터에 관해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시나리오가 정말 잘 짜여있었어요. 어린 승이부터 어른 승이, 두석, 종배 모두 디테일이 살아있어서 (연기적으로도) 고민이 있었죠. 하지만 러닝타임 등 한계가 있어서 몇몇 장면이 편집됐어요. 예컨대 고등학생이 된 승이의 모습 같은 거죠. 질풍노도의 시기고 누군가의 사랑이 필요한 시기인데 브릿지들이 많이 잘려 나갔어요. 종배의 경우도 친아버지를 찾아주었다는 소식에 갑자기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이는데 앞뒤 사정이 있었어요. 종배는 두석이 아프다는 걸 이미 눈치챈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더 답답해하고 속앓이를 했던 거죠. 이런 브릿지들이나 디테일들이 숨어있었는데 아쉽게 나오진 못했네요."
1993년 인천을 배경으로 한 영화 '담보'는 당시 차이나타운을 비롯해 양옥집, 인기 가수인 서태지와 아이들 등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장소와 소품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끈다. '강철비2' '협상' 등을 만든 양홍삼 미술 감독과 제작진이 꼼꼼한 사전조사를 통해 매 장면 시대 배경이 담긴 장소를 꾸몄다.
"저는 양옥집이 특히 인상적이더라고요. 마루며 창문, 커튼, 자개장롱까지. 그 시절 그 촌스러움이 그대로 있더라고요. 제가 그 시대를 살았으니까요. 정말 정겹더라고요. 특히 그 자개장롱! 저 어릴 때도 그게 있었거든요. 어머니가 특히 아끼셔서 등을 기대지도 못하게 했었는데. 요즘은 보기 힘든데 다시 보니 추억에 잠기게 되더라고요."
성동일의 원동력은 가족이고, 그가 '일'할 수 있는 건 동료들 덕이다. 그는 언제나 가족과 가까운 지인 그리고 영화 스태프들을 챙겨왔다. "배우는 중소기업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투자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성동일의 철학은 그의 곁에 남은 수많은 지인을 보며 실감할 수 있었다.
"후배들이 저를 따르는 건 가르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죠.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있으면 언제든 들어주고요. 술 못 먹는 후배에게 강요한 적도 없고, 만취해서 주정 한 번 부려본 적이 없어요. 우리 아이들도 내가 나이 먹고 실수하면 만나려고 안 해요. 내 가족이 싫어하면 남들은 3배는 더 싫어한다고. 하하하. 제가 유일하게 조언하는 건 스태프들에게 투자하라는 거예요. 사실 배우는 중소기업만큼 벌잖아요. 기업들도 돈을 벌려면 투자를 하는데 배우들은 생산 투자라고 할 만한 게 없잖아요. 그러니 우리 돈 벌게 해주는 스태프들에게 맛있는 것도 사주고 함께 이야기도 하라는 거예요. 많이 고생하니까."
성동일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동료·후배들에 관한 걱정도 전했다. 코로나19로 영화 산업이 크게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영화가 개봉하는 것만으로도 잘 풀린 상황이잖아요. 요즘 동료들이나 후배들이 많이 어려워해요. (영화) 투자도 못 받고 엎어지기도 하고 개봉이 계속 밀리고요. 안타까운 마음이 크죠. 다들 잘 이겨낼 수 있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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