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럼 발표자로 나선 업계 전문가들 역시 국내와 국제, 디지털 분야에 이르기까지 관광산업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면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규선 한국여행학회장 "대량 실직 우려...여행업 지원협의체 필요"
홍규선 한국여행학회장은 코로나19 여파에 여행업계 '대량 실직'을 우려했다. '국내 관광 활성화를 통한 여행업 위기 극복 방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그는 "관계자들이 현장서 체감하는 국내 여행업계 상황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밝혔다.
중소여행사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홍규선 회장은 "최근 1년간 사라진 여행사가 960여곳이나 된다. 업계 종사자들이 대량 실직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홍 회장은 "전국공항 등 항공업계 종사자가 13만명·국내 여행업 종사자가 10만명·호텔 종사자가 8만명·국제 회의업무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2만명"이라며 "식당업을 하는 120만명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행업이 전체 고용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고 진단했다.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해외 사례도 들었다. 미국 하와이의 경우 오는 11월부터 일본 관광객들의 입국을 허용할 계획이다. CNN에 따르면 하와이 도착 72시간 안에 지정된 기관을 통해 코로나19 음성을 증명하면 입국 후 14일 의무격리가 면제된다. 현재 하와이는 한국·캐나다·태국·뉴질랜드와도 비슷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홍 교수는 "여행사 대량 폐업과 해고 사태를 막을 수 있는 14일 격리 조치의 조건부 해제가 시급하다"며 "임대료 일부·직원 임금·4대 보험료 지원과 특별고용지원업종 연장이 필요하다. 문체부와 업계가 '여행업 지원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채종훈 대한항공 한국지역본부장 "자가격리 일수 완화·트래블 버블 추진 필요"
국제 관광 활성화를 통한 여행·항공업 위기 극복 방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채종훈 대한항공 한국지역본부장은 방역 안전국가와 '트래블 버블'을 추진하고, 여행 시 자가격리 일수를 줄이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종훈 본부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한 2월부터 항공 이용객이 급감했다. 특히 코로나 확산이 심각했던 올해 3~8월까지 국제선 이용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98% 감소했다. 항공사 유동성은 올해 2분기 최악을 기록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4분기까지 현금 흐름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여행업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여행업 등록 사업체 수는 계속 감소하기 시작했다. 각국의 여행 제한 정책이 지속하면서 올해 국제여행 수요는 전년 대비 70% 가까이 추락했다. 사스를 비롯해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여행사 폐업률 증가로 고객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이에 여행사별로 구조조정 등을 통해 고정비를 줄여가며 자구책을 마련하고, 고용유지 지원금 등으로 힘겹게 버티고 있지만, 향후 사태가 장기화하면 폐업 여행사는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 본부장은 "더는 코로나 종식까지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다"며 "위드 코로나 시대에 맞게 여행·항공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계별 14일 자가격리 완화 △검역 우수국가와 트래블 버블 추진 △글로벌 헬스 앱 도입을 통해 신속 검역절차 수립·지원 등을 제안했다.
그는 "상용수요 자가격리 면제국 확대와 신청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 또 우수 방역국에 한해 일반인까지 자가격리 면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과 함께 "가까이 방역 우수 지역 간 안전막을 형성해 두 국가 이상이 서로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을 통해 여행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정열 딜로이트컨설팅 공공부문 리더 "여행도 디지털 시대···시스템 대전환 필요"
김정열 딜로이트컨설팅 공공부문 리더(상무)는 디지털 시대에 발맞춘 여행 시스템 전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김정열 상무는 "우리나라 여행산업 역시 코로나19 확산에 큰 피해를 입었지만, 여행·관광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멕시코나 이탈리아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4.2%)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관광업이 나라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큰 국가일수록 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세계경제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빨리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상무는 "여행객의 니즈가 변화하고 있고,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융합으로 활성화하는 디지털 여행 서비스 수요가 증대하는 것을 볼 때 성장 기회는 물론, 극대화 여력까지 충분히 갖췄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 효과가 큰 통신,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온라인 유통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성장 모멘텀이 폭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여행산업이 인적 서비스 중심의 전통적인 환대산업이었다면, 향후 여행산업은 첨단기술과 결합한 시스템을 갖추고, 플랫폼 연계를 통해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도 확장하는 등 변화와 혁신을 겪고 있다. 호텔 객실을 VR(가상현실)로 둘러볼 수 있도록 하고,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한 플랫폼이 보편화하기 시작했다. AI(인공지능)에 기반한 고객 안내 및 배달 서비스 로봇까지 생겨나는 등 업계는 이미 변화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김 상무는 "기술환경이 변화하면서 여행 패러다임 역시 변화하고 있다. 과거 단체를 중심으로 설계됐던 제한적인 패키지 관광상품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본인만의 특별하고 독특한 여행을 추구하는 개별 여행자가 늘기 시작했다. 이들의 83% 이상은 모바일 의존도 또한 높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2년부터 스마트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한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운영 중인 스페인, 빅데이터 관리 시스템과 관광정보·서비스 허브 센터를 구축해 데이터 기반의 개인 여행 마케팅 전략을 실행하는 싱가포르의 STB(Singapore Tourism Board) 등을 예로 들었다.
특히 싱가포르는 디지털 마케팅 활성화를 위해 호텔과 백화점, 관광명소 등이 포함된 관련 업계 마케팅을 통합해 잠재 고객군을 대상으로 디지털 관광 목적지로서의 싱가포르를 홍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우리는 디지털 시대의 여행 소비자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온라인 여행 플랫폼과 여행 애플리케이션, 저비용항공사,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여행을 쉽게 하는 도구가 넘쳐나는 시기"라며 △산업 생태계 디지털화 청사진 제시 △디지털 플랫폼 활용한 차별적 콘텐츠 구체화 노력 △지역 특화 디지털 콘텐츠로 자산화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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