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알리바바 앤트그룹이 기업공개(IPO)가 유예된 결정적 계기는 중국 당국이 새로 내놓은 온라인소액대출 규칙 초안(이하 초안)이다. 사실상 앤트그룹 같은 핀테크 업체에도 은행과 비슷한 수준의 규제 감독 잣대를 들이밀겠다는 게 골자다.
온라인소액대출을 주요 수익원으로 하는 앤트그룹에 미치는 타격은 엄청 났다. 온라인소액대출 플랫폼이 앤트그룹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둥시먀오 중관춘 인터넷금융연구원 수석연구원은 21세기경제보를 통해 “핀테크 관리감독의 새로운 형세로 가장 큰 충격을 입는 건 앤트그룹”이라고 진단했다.
◆ 앤트그룹 IPO 발목 잡은 온라인소액대출 규제
앤트그룹은 구체적으로 크게 세 가지 방면에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우선 초안은 전국적 범위로 운영할 수 있는 온라인소액대출 회사를 1곳으로 제한했다. 현재 앤트그룹은 산하에 2곳의 온라인소액대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마이샤오웨이(螞蟻小微), 마이상청(螞蟻商誠)이 그것이다. 이번 초안으로 이 중 1곳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게다가 초안은 온라인소액대출업체는 개인 대출에 대해선 1인당 30만 위안까지만 가능하며, 대출액은 3년간 평균 수입의 3분의1 이하로 제한했다. 기업의 경우는 1곳당 100만 위안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그동안 앤트그룹을 통해 손쉽게 온라인 대출을 받았던 개인, 기업고객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무서운 건 온라인 소액대출의 공동대출 중 소액대출 기업의 출자 비율이 30%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항이다.
앤트그룹은 그동안 다른 제3자 금융기관과 협력해 공동대출하는 방안을 선호했다. 올 상반기 기준 앤트그룹의 신용대출 잔액은 1조8000억 위안. 이 중 제3자 금융기관과 공동으로 대출한 게 98%다. 앤트그룹이 자체적으로 조달한 금액은 2%에 불과하다. 덕분에 360억 위안 자산으로도 1조8000억 위안이 넘는 대출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사실상 레버리지를 50배 일으킨 것인데, 앞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 앤트그룹 활로는 어디에···
시장은 새로운 핀테크 규제 환경에 직면한 앤트그룹으로선 기존 비즈니스 사업모델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앤트그룹은 상장 계획도 다시 짜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당연히 앤트그룹 기업가치도 재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앤트그룹이 산하 캐쉬카우인 소액대출 사업을 따로 분리시켜 상장하거나, 아니면 핀테크 기업이 아닌 금융지주회사로서 전환해 이에 맞는 자본금을 충족시켜 상장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앤트그룹의 기업 가치를 깎아먹는 시나리오임은 분명하다.
◆ 앤트그룹 IPO 불발에 방긋 웃는 중국은행들
앤트그룹의 IPO 불발로 오히려 박수치는 누군가도 있다. 중국 은행권이다.
앤트그룹의 발목을 잡은 중국 온라인소액대출 규제 시행의 최대 수혜자는 중국 은행들이라고 블룸버그는 표현했다.
실제로 앤트그룹 IPO 유예 소식이 전해진 이후 중국 은행주는 거침없는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 금융의 강자인 초상증권 주가는 홍콩 증시에서 이달 들어서 10일까지 약 20% 뛰었다. 블룸버그는 근래 5년간 7거래일 상승폭으로는 최대치라고 했다. 특히 앤트그룹 IPO 유예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4일 하루에만 6% 넘게 뛰었다.
초상은행뿐만이 아니다. 홍콩증시에서 중국 농업은행 주가도 이달 들어 10% 넘게 뛰었다.
반면 앤트그룹 지분의 3분의1을 보유한 알리바바 주가는 같은 기간 홍콩 거래소에서 6% 넘게 떨어졌다.
은행들은 그동안 앤트그룹 등 중국의 핀테크 업체들이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젊은층 고객을 뺏겨왔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충격을 입은 중국 경제를 살리는 데 앞장서서 '희생'되며 주가는 바닥을 기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온라인소액대출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은행주가 반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시아 최대 독립 투자 조사업체인 알레데이아 캐피털의 금융 부문 대표인 산제이 재인은 "이번 규제안은 "은행들을 다시 유리한 위치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기존 금융 체계 밖에서 나오는 수익에 제동을 걸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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