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묻지 않은 음악을 전하고 있는 릴보이의 음악적 신념과 쇼미9 이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처음 랩을 시작했던 계기가 뭔가요?
A. 고등학교 2학년 겨울쯤에 학교 축제를 하는데 친구들이 랩을 하자고 해서 반주를 찾기 위해서 인터넷에 검색했어요. 그러던 중에 mr을 찾는 사이트에 자작녹음 게시판에 자기가 쓴 가사를 올리는 걸 거기서 처음 봤어요. 그걸 들어보면서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어요.
Q. 긱스는 어떻게 결성하게 됐죠?
Q. 지금의 감정은 어떤가요?
A. 요즘은 너무 바빠요. 그리고 너무 감사하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거든요. 쇼미9를 하면서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과 가족들한테 연락이 많이 왔어요. 누나는 뉴욕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데 누나는 새벽까지 기다리면서 보더라고요. 큰 범위의 감사함을 많이 느끼고 그래서 저를 더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어요.
Q. 래퍼로서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A. 제가 느끼는 감정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감정은 그때그때마다 변하고 10대 때 썼던 가사랑 20대 때 썼던 가사의 결이 다르듯이 그때그때 느끼는 것들을 쓰고 있어요.
Q. 래퍼로서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세요?
A. 힙합이라는 장르가 강하고 자극적이라고 생각을 하시는데 사실 제가 느끼는 힙합은 솔직함 그 자체거든요. 다른 음악은 그런 것들을 정제해서 쓰는데 힙합은 과감 없이 드러내는 장르이기 때문에 폭력적인 단어를 쓰는 것도 그 사람의 성격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게 힙합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제 성격 자체가 욕을 하거나 자극적인 말을 하는 거랑은 거리가 있거든요. 장르적인 스타일은 언제든지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긴 한데 가사적인 부분이나 감성에 있어서는 저 그 자체를 표현하고 있어요.
Q. 언제 어디서 누구와 있을 때 자유롭다고 느끼세요?
A. 최근까지는 혼자 있을 때가 제일 좋았어요. 쇼미9에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혼자 방에 있는 시간이 제일 자유롭다고 느꼈었는데 쇼미9를 통해서 뜻이 맞는 사람들이랑 음악을 만드니까 그 시간들이 재밌고 자유롭다고 느껴지더라고요.
Q. 함께 했던 사람들 중에 누구와 제일 잘 맞았나요?
A. 저는 자이언티 형이 제일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서로 잘 존중해주고 계속 격려의 말을 해주시는데 그런 것들이 많이 도움됐어요. 제가 불안해하는 게 심하니까 “너무 의심하지 말고 어차피 너는 잘하고 있다”는 말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Q. 릴보이에게 있어서 랩이란?
A. 가사가 제일 많은 음악이죠. 다른 장르의 음악보다도 가사 비중이 높잖아요. 그래서 제 얘기를 편하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인 것 같아요.
Q. 시즌4에서는 본선 1차에서 탈락을 했었는데 이번에 재도전해서 우승까지 하게 됐어요. 릴보이에게 재도전의 의미는 뭔가요?
A. 뭔가를 할 때 항상 두려움은 있는 것 같아요. 음악을 낸다거나 무대에 서거나 할 때 두려워하는 게 제 모습이거든요. 그래서 항상 두렵다보니까 재도전은 항상 제 일상인 것 같아요.
Q. 두려움에도 계속 도전하게 하는 원동력은 뭔가요?
A. 결국에는 음악이 좋아서죠. 힘들 때나 어떤 감정을 느낄 때던 항상 음악을 듣고, 그런 음악가들을 동경했었거든요. 다른 가수들도 힘든 일이 있고 실패를 하더라도 음악을 관둔 사람을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닮아가는 것 같아요.
Q. 우승자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정신력이라고 생각해요. 본선 무대부터는 모두가 재능이 있고 이 분야의 천재들이 모였다고 생각했거든요. 저희 프로듀서팀이 전 회까지 멈추지 않고 작업을 했거든요. 1차 경연 때부터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힘이 빠지긴 하더라고요. 다른 친구들이랑 얘기를 해봐도 어느정도 완성을 해놓고 연습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저희는 음악 하나를 가지고 끝까지 갔거든요. 그게 제일 큰 차이였다고 생각해요.
Q. 우승 발표 후 뭘 했나요?
A. 단체로 파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친구 두 명이랑 소소하게 축하하고 일상처럼 보냈어요. 상금으로는 장비를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Q. 자신의 음악을 통해 만족감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A. 음악을 내고 나서 주변 사람들이 좋아해줄 때가 제일 좋아요. 아무래도 주변 사람들이 음악하는 사람들이다 보니까 그분들한테 음악이 좋다고 칭찬을 받으면 확실히 느껴지는 무게가 다르거든요.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잘 전달됐다고 느껴요.
Q. 치열한 경쟁 속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음악적 신념이나 철학이 있나요?
A. 제가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가치들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시간에 쫓겨서, 뭔가를 빨리해야 돼서 ‘음악을 대충대충해서 내자’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하나하나 장인정신을 갖는 게 제 신념이에요.
Q. 어떤 환경에서 작업을 할 때 편안함을 느끼나요?
A. 지금도 집에서 혼자 작업할 때 편안하긴 해요. 근데 쇼미9를 하면서 붙어 있을 때가 많았거든요. 그러면서 사람들과 있을 때의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해서 이렇게 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Q. 동료와 어떤 고민들을 나누는 편인가요?
A. 음악적인 고민을 많이 나누는 것 같아요. 음악이 시대를 기록하는 문화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음악은 음악을 들었을 때 시대가 생각나게 하는 음악이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지금 이런 시기를 음악으로 잘 남길 수 있을까 하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Q. 가사를 쓸 때 단어 선택을 어떻게 하는 편인가요?
A. 제 가사가 너무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랩이 가사가 많은 만큼 의사전달이 확실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직관적으로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Q. 스무살에 긱스를 결성했고, 스물 아홉에 쇼미9에서 우승을 했습니다. 릴보이의 20대는 어땠나요? 바라는 30대의 모습이 있나요?
A. 20대를 허비했다고 생각해요. 너무 모르는 것도 많았고 시간을 잘 못썼다고 생각해요. 그런 만큼 30대는 좀 더 결실을 맺고 싶어요. 그리고 이번 쇼미9를 계기로 좀 더 음악을 많이 하고 싶어졌어요. 커리어에 비해서 작업물이 없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20대에 못한 걸 많이 하고 싶어요.
Q. 쇼미9 우승으로 얻은 것은 뭔가요?
A. 같이 음악을 할 수 있는 동료와 친구, 상금을 얻었어요. 보여드리는 기회라는 생각에 참가했는데 우승까지 해서 운이 너무 좋았다고 생각해요.
Q. 내일이 오면 달라졌으면 하는 게 있나요?
A. 너무 많죠. 키 컸으면 좋겠고,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고, 음악 작업이 한번에 돼 있었으면 좋겠고, 코로나19 상황이 풀려서 공연도 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나의 아픔을, 나의 행복을, 나의 감정을 노래 속에 기록하고 있는 수많은 플레이어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A.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음악으로 빛을 볼 수 있는 사람이 퍼센트로 따지면 정말 소수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재능을 믿고 꾸준히 한 사람들한테는 기회들이 몇 번은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본인의 재능을 알고 음악을 잘 하고 있다면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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