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산본 등 1기 신도시 내 노후 아파트들이 리모델링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90년대 지어진 이들 지역 아파트는 대부분 용적률이 200%가 넘는 반면 건폐율은 높지 않다. 재건축은 사업성이 떨어지지만 리모델링으로 진행하면 채광 등 주거환경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25일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1기 신도시 중 조합설립이 완료된 리모델링 사업 추진단지는 평촌 목련2차와 산본 율곡주공, 분당 느티마을 4단지 등 11개 단지다. 올해는 추진위원회 단계에 있는 단지들이 본격적으로 조합을 설립할 것으로 예상돼 단지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다른 신도시보다 집값 상승률이 높았던 분당과 평촌신도시는 10여년 전부터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됐다. 최근에는 산본과 일산신도시에서도 리모델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산본신도시 내 첫 리모델링 조합설립 단지인 우륵주공7단지는 오는 29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진행하고 3월 시공사를 선정한다. 우륵주공은 2023년 사업계획승인과 이주를, 2027년 4월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기존 15개동 1312가구 아파트가 신규 분양 196가구를 포함해 총 1508가구로 거듭나게 된다. 주차장 규모도 649대에서 1570대로 2배 이상 확충된다.
리모델링 시장이 커지면서 대형 건설사들도 리모델링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수주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재건축이 막힌 상황에서 리모델링이 신규 일감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은 것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처음으로 용인 수지 현대성우8단지를 포스코건설과 공동으로 수주하고, 주택사업본부 도시정비영업실에 속해 있던 사업팀을 리모델링 전담팀으로 떼어냈다. 일찌감치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 중인 쌍용건설과 포스코건설도 최근 들어 리모델링 전담팀을 확대 개편했다.
업계는 건축물 리모델링 시장이 2020년 30조원에서 2025년 37조원, 2030년에는 4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사업성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리모델링 사업의 핵심인 수직증축과 가구 간 내력벽 철거 허용은 아직 막혀 있는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수직증축 허용 여부에 대해 발표를 미루고 있는데 정부의 규제 기조가 강해 사업 추진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분당 무지개마을 4단지는 수직 증축을 추진하려다 인허가가 지연되자 수평·별동증축만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분당 내 다른 리모델링 단지들도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수직증축에서 수평증축으로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비교해 공사비가 70~80%까지 나오고 인센티브는 크지 않아 재건축이 힘든 1기 신도시 같은 곳에서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정비사업"이라며 "건설사에서는 수직증축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하지만 정부가 규제를 풀지 않는 한 리모델링 사업이 커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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