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 세계 습지의 날…그 늪에 가고 싶다
2019년 6월 11일 경남 창녕 우포늪은 흐리고 습했고,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대규모 내륙 자연습지인 우포늪, 이곳 출장길에서 천하제일조(天下第一鳥) 따오기를 만났다. 우포늪의 생태적 의미와 함께 보전으로 얻는 막대한 경제적 가치, 한·중·일 3국의 따오기를 통한 우호 교류 등 우포늪 지킴이 이인식 선생으로부터 많이 깨달음을 얻었다.
우포늪은 1억 4천만년의 신비를 간직한 태고의 습지(wetland)다. 1971년 이란 람사르에서 18개국 대표자들이 모여 습지의 보호와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국제 습지보호 조약을 체결했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람사르협약이고, 우포늪은 1998년 3월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50년 전 1971년 람사르총회가 열린 이래 매년 2월 2일은 ‘세계 습지의 날’이다. 습지는 말 그대로 젖은 땅이다. 단 물새가 사는 곳이어야 한다. 람사르협약의 공식 명칭도 ‘물새 서식지로서 중요한 습지보호에 관한 협약’이다.
▶코로나19가 일깨운 환경의 경제학
간척과 관개로 습지를 논밭, 염전으로 바꿔온 우리는 이제 습지를 보전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자연, 동식물과 공생하고 기후변화를 막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자연의 역습’ 코로나19를 통해 너무나도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지구를 온실로 만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 궁극적으로 없애는 ‘탄소제로’를 현실화하기 위해 습지 보전은 필수다. 환경이 돈이 되는, 환경=경제다. 이런 맥락에서 습지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울창한 숲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 보다 습지의 그것이 30% 가량 많다. 특히 갯벌은 다른 습지에 비해 2~3배 더 흡수한다.
▶세계 최고 수준 습지 보유국, 대한민국
갯벌과 내륙 곳곳의 강 하구, 자연 호수, 논까지 우리나라는 정말 ‘습지 부국’이다. 대한민국에는 모두 23곳의 람사르습지가 있다.
1997년 강원도 인제군 대암산 용늪이 최초로 지정됐다. 이후 전남 신안 장도 산지습지(2005), 전남 순천만·보성갯벌(2006), 제주 물영아리오름(2006), 울산광역시 울주군 무제치늪(2007), 충남 태안 두웅습지(2007), 전남 무안갯벌(2008), 제주 물장오리오름(2008), 강원도 오대산국립공원습지(2008), 인천 강화 매화마름군락지(2008), 제주 한라산 1100고지 습지(2009), 충남 서천갯벌(2009), 전북 고창·부안갯벌(2010), 제주 동백동산습지(2011), 전북 고창 운곡습지(2011), 전남 신안 증도갯벌(2011), 서울 한강 밤섬(2012), 인천 송도갯벌(2014), 제주 숨은물뱅듸·강원 한반도습지(2015), 전남 순천 동천하구(2016), 경기 대부도 갯벌(2018) 등 총 23곳이 있다.
1~2시간 이내 가까운 곳 어디든 습지가 있다. 가자, 습지로!(곳에 따라 개방을 제한하는 곳도 있으니 사전 확인은 필수) 단 환경을 생각하며 절대 흔적을 남기지 말고(leave no trace).
▶그린벨트에서 나아가 습지벨트
광주광역시의 장록 습지는 최초의 도심형 하천습지로, 지난 12월 8일 습지보전법에 따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공식명칭은 아니지만 일종의 ‘국가습지’로 불리게 됐다.
한강과 지류 곳곳에는 소중한 습지들이 적지 않다. 고양시 장항습지가 대표적이다. 자유로를 따라 한강 하구에 위치한 세계 최고 수준의 습지다. 특히 지난 50여년간 군사지역으로, 철책선 따라 지난 60년간 아주 잘 보호돼 왔기 때문에 철새들의 천국, 동식물의 낙원이다.
땅과 관련한 환경파괴 저지를 위한 마지막 방어선이 그린벨트인데, 세계 최초로 ‘습지벨트’라는 개념을 만들면 어떨까. 그리 되면 글로벌 탄소제로를 이끄는 '포스트 코로나' 선도국이 될 수 있을 게다.
지난 30여년 우포늪을 지켜온 이인식 선생도 우포늪과 가까운 주남 저수지, 김해 화포천을 벨트로 묶는 ‘습지벨트’를 주창해 왔다. 친환경관광을 더 활성화시키고 대학캠퍼스 등 환경전문교육기관을 세우면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거다.
코로나19 와중에 맞이한 첫 세계 습지의 날에 깨달은 생각, 습지를 지키면 경제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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