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는 마무리될 거야.”
지난해 1월 코로나19 전파와 확산을 보며 국내외 각 업계에서 낙관적으로 바라본 전망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여행업계는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옥 같다는 말은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다. 실제 지난 1월 한국여행업협회가 발행한 ‘전국여행업계 실태 전수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여행업으로 등록된 1만7664개 업체 중 4583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
그럼에도 여행업계는 마치 차별을 받듯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매출이 ‘제로’에 가깝지만 일반 업종으로 분류된 중소 여행사들이 지난해 2차 재난지원금으로 지급 받은 금액은 100만원에 불과하다. 집합제한, 집합금지 업종 등에 포함돼 지원을 받은 곳과 대비된다. 최근 거리로 나서 이 같은 현실에 대한 개선도 요구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답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주변 국가와 비교해도 국내 여행업계에 대한 지원이 얼마나 부실한지 여실히 드러난다. 일본의 경우 1년 매출의 50%로 최대 200만엔(약 2300만원)과 임대료 지원을 각각 병행했다. 여행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수준의 지원이 이뤄졌다.
그렇다고 당국이 이 같은 현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열렸던 황희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과 여행업계의 간담회가 대표적인 예다.
황 장관은 “관광업종은 집합제한업종은 아니지만 여행자제권고, 자가격리 등으로 인해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했던 업종으로, 그 어떤 분야보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관광수요 회복을 위해 전문가, 업계와 함께하는 국제관광시장 조기회복 전담조직(TF)을 운영해 비격리 여행권역(트래블 버블)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 황 장관은 “관광업계가 코로나19 이후까지 버틸 수 있도록 추가적인 금융·재정지원을 검토하고, 4차 재난지원금과 재해보상법 등의 논의과정에서 관광업계의 요구사항이 반영될 수 있도록 당정과의 협의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구구절절 여행업계가 말하고 싶은 바이고, 절실히 필요한 조치들이다. 문제는 실행 시점이다. 여행업계 종사자는 현재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막노동도 마다하지 않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피로도가 쌓여 얼마나 더 이 같은 삶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뒤늦은 지원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하나 확실한 것은 여행업계는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이다. 한류와 ‘K-방역’ 등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국격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향후 코로나19로 무너진 우리 경제를 재건하는 데 여행업계가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1년 가까이 국내외 여행이 제한되면서 억제된 여행 욕구가 코로나 종식과 함께 분출될 전망이다. 글로벌 여행산업도 올해 하반기 서서히 해빙기를 맞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여행업계도 국민의 혈세로 많은 지원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완전히 무너지지 않을 정도만 도와달라는 것이다. 이번 4차 재난지원금 및 손실보상에 여행업계를 포함시켜 정부가 의지를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