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잇달아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대응 능력을 이유로 보험사의 배당 자제를 요구하면서, 자사주를 매입해서라도 주가를 부양해 주주들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자사주를 매입해 단기 주가 부양에 치중하도록 금융당국이 결과적으로 부추겼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대해상은 지난 10일 자기주식 100만주(207억원)를 장내매수했다. 이어 조용일 사장(17일)과 이성재 부사장(22일)이 각각 자사주 4280주(8940만원), 4000주(8100만원)를 매수했다.
삼성화재 역시 최영무 사장이 지난 22일 보통주 1000주를 주당 17만원에 매수했다. 최 사장은 앞서 2018년 6월(203주), 지난해 2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797주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생명도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300만주를 5월 14일까지 장내매수하기로 결정했다.
보험사와 보험사 CEO가 잇따라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는 이유는 단기적 주가 부양을 통해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보험사들은 올초 주주들의 요구를 반영해 배당성향을 높일 계획이었다. 보험주는 전통적인 금리 민감주로 꼽히는데, 최근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주가가 탄력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배당성향을 높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배당성향을 낮출 것으로 권고하면서, 보험사들은 배당성향을 높일 수 없게 됐다.
실제 삼성생명은 올해 배당성향을 50%까지 올릴 계획이었지만, 당국의 압박에 전년 동기 대비 13.2%포인트 줄인 35.5%로 결정했다. 이 밖에 삼성화재(6.7%포인트)와 동양생명(4.4%포인트)도 각각 전년보다 배당성향을 전년 대비 낮췄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주주들의 눈치 때문에 자사주를 매입해서라도 주가부양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보험사는 자사주 매입 이후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현대해상 주가는 지난해 초 2만5900원에서 이달 첫 거래일 종가 기준 2만20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 소식에 19일부터 3거래일 연속 상승하는 등 25일 현재 2만1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연초 대비 8.4% 상승한 주가다.
보험사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의 배당성향 제한이 장기적으로는 보험사에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이 새 보험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에 대비를 위해 배당성향을 낮출 것을 요구했지만, 주주 설득을 해야하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단기 주가 부양에 치중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이미 주요보험사들이 낮은 주가를 보상하기 위해 배당성향을 전년 대비 올리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무리하게 배당성향을 낮출 것을 권고했다"며 "결국 보험사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주가 부양을 위해선 무리를 해서라도 자사주 매입을 진행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무리한 자사주 매입은 결국 단기적인 주가 부양은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IFRS17 도입 대비를 위한 충당금 마련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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