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판 '덕분에' 캠페인...연봉 1% 인상에 英간호사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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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3-0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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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사태에 헌신한 의료진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모욕"

  • 간호노조 "소박하고 몹시 실망스러워"...12.5% 인상안 요구·파업 대비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간호사 직업을 떠나려고 한다."

6일(현지시간) 영국 간호사 노동조합인 왕립간호대학(RCN) 소속의 간호사들이 BBC에 성토한 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약 1년 동안 격무에 시달렸음에도 영국 보건복지부(NHS)가 지난 5일 '연봉 1% 인상' 권고안을 내놓자 영국 전역의 의료진은 분노했다. 의료진은 "박수를 받거나 영웅이라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는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없다"면서 실질적인 업무 보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BBC와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5일 맷 행콕 영국 보건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물가상승률인 0.9%를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임금이 인상된 것"이라면서 의료진에 대한 정부의 1% 인금 인상안을 옹호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AP·연합뉴스]


전날인 4일 영국 NHS 산하 급여 검토 기관인 '의사와 치과의사의 보수에 관한 임금평가기구'(DDRB)에서 2021~2022년 잉글랜드 지역 내 의료진에 대한 급여 1% 인상안을 NHS에 권고했다. DDRB 측은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와 NHS 재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면서 "NHS는 전례없는 도전을 받고 있으며, 자원을 (의료진의 임금 인상보다) 더 높은 우선 순위에 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NHS가 이를 채택할 경우, DDRB의 권장안을 별도의 임금 계약을 체결한 주니어 의사·지역보건의(GP·General practitioner)·치과 의사를 제외한 지역 내 간호사 등 모든 의료진에 적용된다.

언론들은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의 급여 수준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을 이어가고 있다.

가디언은 이들 의료진이 지난 2018년 '향후 3년 동안 6.5% 인상' 조건으로 NHS와 마지막으로 급여를 계약했지만, 이보다 앞서 7년 동안에는 영국 정부의 긴축 정책에 따라 1% 상한선에서 급여를 인상해왔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난해 NHS는 의사·치과의사에 대해서는 2.8%의 급여를 인상했다.

BBC는 신규 고용되는 간호사의 첫 연봉은 2만4907 파운드(약 3885만원) 수준이라면서 운전사·가사도우미·보육도우미 등의 풀타임 최저 임금인 1만8005 파운드(약 2808만원)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낮은 임금 수준은 영국 내 간호사 인력의 부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RCN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초입 당시 영국의 간호사 인력 부족분은 4만명에 달했고, 경험이 많은 간호 인력의 많은 숫자가 실제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BBC에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아울러 영국 언론들은 정부의 해당 방안이 졸속 추진된 것이 아닌지도 의심하고 있다.

가디언은 앞서 영국 정부가 다른 공공부문 근로자와의 임금 협상에서는 '물가 상승률이 0.6%일 때 1% 임금 인상'이 적절하다고 추정했다면서 향후 물가 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삭감이라고 평가했다.

병원 등 의료서비스 고용주 단체인 'NHS 의료제공자들'(Providers)은 BBC에서 "당초 영국 정부의 '2019년 장기자금원계획'은 간호 인력의 급여 재정을 이번 권고안의 두 배 수준인 2.1% 인상안을 상정했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의료인력의 임금 상승 필요성은 더욱 커졌기에 지금으로선 3% 이상"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간호사 노조를 비롯해 의사노조와 야당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이번 급여 인상안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5일 RCN은 자체 조사를 통해 '12.5% 임금 인상안'을 제안하며 정부의 방안이 "소박하고 몹시 실망스럽다(pitiful and bitterly disappointing)"고 입장을 밝힌 후 긴급 집행부 회의를 소집해 파업을 대비한 기금 조성에 결의했으며, 영국의사협회(BMA)는 "NHS 직원들에 대한 정부의 도덕적 의무를 완전히 포기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영국 최대 노조인 공공서비스노조(Unison·유니슨)는 "지난 1년 동안 모든 것을 절대적으로 바친 의료 종사자들에게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악의 모욕"이라고 비난했으며, 영국 양대 노조이자 NHS의 3대 노조단체인 '유나이트'(Unite)도 파업 찬반투표를 검토 중이다.

아울러 RCN과 BMA, 왕립조산사대학(RCM), 유니슨은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에게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동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유니슨을 중심으로 의료진 항의에 동참하는 이들에게 오는 11일 항의성 캠페인인 '천천히 박수치기'를 제안한 상태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의료진에게 감사를 전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박수치기' 캠페인을 뒤튼 것이다.

이는 우리의 '덕분에 챌린지'와 유사한 캠페인으로, 이는 지난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에게 응원·감사를 전하기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추진한 행사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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