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연합뉴스]
일부 국가의 경우 자국 내 물량 확보를 위해 '수출 중단' 카드를 앞세우는 등 국가 간 치열한 백신 확보전이 전개되면서, 다음 달부터 75세 이상 고령층을 시작으로 일반인 대상 접종을 본격화하려던 정부의 고민도 한층 깊어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백신 수급 상황에 따라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연내 집단 면역 달성도 쉽지 않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30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백신 공동구매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다음달 중순이 지나 국내에 들어올 전망이다.
AZ 백신 약 69만회분(34만5000명분)은 당초 이달 31일 네덜란드 현지를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운송 개시 일정이 내달 셋째 주로 밀렸다. 구체적인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추진단은 "저소득 국가에 배분될 예정이었던 인도 세럼 연구소 생산 AZ 물량의 공급 일정이 지연됨에 따른 것"이라며 "세부 일정은 코백스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일정 연기와 함께 정부가 받게 될 물량도 43만2000회분(21만6000명분)으로, 당초 알려진 것보다 25만8000회분이 줄었다. 코백스로부터 추가로 받을 AZ 백신 141만1000회분(70만5000명분)은 내달 22일부터 운송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앞선 일정이 지연되면서 이 역시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은경 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나머지 물량에 대해서도 가능하면 5월 중에 공급하는 것으로 통지를 하고 있는데 그 부분도 조금 변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와 별도로 각 제약사와 개별 계약한 백신들 역시 구체적 도입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AZ 백신은 5∼6월 중에 700만회분(350만명분)이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며 2분기 도입 예정인 화이자 백신(600만회분)은 일단 4·5월에 각각 100만회분, 175만회분이 공급될 전망이다.
향후 백신 공급 전망도 밝지 못하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확보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이미 곳곳에서 '수출 금지' 카드가 거론되고 있고, 백신의 원료 수급 또한 원활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영국 BBC방송 및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의 백신 공장'으로 불리는 인도에서는 자국 내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심상치 않자 최근 AZ 백신 수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현재 백신 수출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적어도 오는 4월 말까지는 수출이 지연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유럽연합(EU)은 코로나19 백신 부족 문제에 직면하자 지난 1월 30일부터 제약사들이 역내에서 생산한 백신을 역외로 수출할 때 회원국의 승인을 받도록 한 상태다. 노바백스의 경우 원료 물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EU와의 계약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로서는 범정부 역량을 동원해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획기적인 방안은 전무한 상황이다.
정은경 단장은 "전 세계적으로 백신 수급이 불안정하고 부족한 상황인 게 맞다"면서도 "최대한 제약사와 협의하고 외교적 역량 등을 발휘해서 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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