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6(예술인 비자)를 갖고 있지만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제가 속한 기관의 대표가 제 비자를 취소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죠. 5년 넘게 한국에 거주한 예술가에게 스스로 자신의 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합니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부르키나파소 출신 현대 무용가인 엠마누엘 사누는 지난 16일 열린 ‘예술인 비자 문제 개선을 위한 온라인 공청회’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대한민국에 체류하고 있는 이주민의 규모는 약 250만명에 달하지만 이주민에 대한 제도적, 문화적 차별은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주민들에게 체류 문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상 ‘외국인 체류허가’ 제도에 따르면 이주민 문화예술인이 그들의 활동을 인정받고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방법은 해외에서 ‘문화예술(D-1)’ 또는 ‘예술흥행(E-6)’ 체류자격으로 사증을 받고 국내에 입국하는 것이다.
또 다른 체류자격으로 입국해 국내에서 위의 두 체류자격으로 변경한 후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체류 제도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김철효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현행 제도에 따라 이주민이 ‘문화예술(D-1)’ 체류자격을 갖게 될 경우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없어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며 “‘예술흥행(E-6)’ 체류자격의 경우 수익 활동이 허가되지만 방송·연예·스포츠·호텔 공연 등의 분야에만 한정돼 순수예술 창작자는 접근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주민 문화예술인이 임금 체불, 열악한 노동조건 등과 같은 문제를 겪었다는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엄격한 근로감독과 보호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현장소통소위원회는 이주민 예술인이 국내에서 예술인으로 인정받고 활동할 수 있도록 정책 개선 방안을 모색해나갈 계획이다.
박종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국내에 체류하는 이주민의 수가 200만명이 넘으며, 우리 사회의 주요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주민 예술인을 위한 지원과 문화 다양성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며 “2021년 문예진흥기금 공모부터는 예술활동 증명이 된 외국인도 지원사업에 신청할 수 있도록 자격요건을 완화했고, 기초예술의 다양성 증진을 위한 신규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은 “예술가는 프리랜서 활동이 활발한데도, 예술인 비자 발급을 위해서는 대형 소속사나 예술기관 등과의 계약관계가 있어야만 비자발급이 되는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짚었다.
이어 박 위원은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꾸거나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하나씩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나갔으면 한다”며 “그 출발선으로서 법무부나 관계 부처에서 이주민 예술인들이 기획사나 소속사 계약 없이도 독자적으로 E6(예술인 비자)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 제도와 방안 마련에 고민을 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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