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를 앞둔 금융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으로서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 나서야 하지만, 정치권이 청년,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게 규제를 풀어주는 대출 완화를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 내에서도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재산세 등 부동산 세제 완화보다 대출 규제 완화를 우선 들여다보기로 하면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준비하던 금융당국은 난감한 입장에 놓였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가계부채 관리 방안과 연계해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당정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으나 적용 범위나 규모에 대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특위에서 정책위수석부의장을 맡고 있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무주택자, 신혼부부 등에 대한 대출 규제를 조금 더 해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경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수년 동안 강조해온 가계부채 총량 관리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준비하면서 DTI(총부채상환비율)를 한 단계 높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로 대체하고 금융기관별로 적용하던 것을 차주별로 적용해 총량 관리를 하는 것으로 검토를 마쳤다. 금감원은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관련 계획을 발표하는 등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안정화 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여당이 강조하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 등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은 금융당국의 총량 관리 원칙과 어긋난다.
결국 총량 관리를 위해서는 무주택자, 신혼부부 등에 대한 대출 규제가 완화될수록 다른 쪽의 대출 규제가 강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총량 관리에 실패할 경우 가계부채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고, 부동산 시장 과열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로 그간 보수적으로 검토돼왔다.
그러나 재보궐 선거 참패가 상황을 바꿨다. 부동산 민심의 반전을 원하는 여권에서 실수요자 대출규제 완화 요구가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에서도 이를 전향적으로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정부 여당의 입김이 강해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제때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 같은 논란에 선을 그었다. 유 의원은 “(정치권의 대출규제 완화 강조로 대책 발표가 늦어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예정된 가계부채관리방안에서 DSR을 건들지 않았다”며 예정대로 이달 발표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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