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시장을 비롯해 정치권 등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도 주목했던 공매도가 드디어 재개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주가가 급락한 지난해 3월 이후 약 1년 2개월 만이다.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기대와 관심·걱정이 동시에 쏠린 가운데, 주가 흐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사서 갚아 차익을 실현하는 공매도는 3일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을 대상으로 재개된다.
공매도가 재개될 경우, 최근 조정국면에서 탈피해 오름세로 돌아설 기미를 보였던 국내 증시가 다시 내리막길을 걷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의 경우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4거래일간 2.17%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도 같은 기간 4.52% 떨어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매도 재개 충격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는 공통적으로 공매도 재개로 인한 단기 주가 변동은 불가피하지만 전체 시장 방향성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공매도가 한시적으로 전면 금지됐던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에도 공매도 재개 후 코스피와 코스닥이 모두 하락했으나 다시 회복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2009년 5월 공매도 재개 1개월 뒤 코스피가 0.5% 하락했으나 3개월 후에는 14.7% 상승했다. 7.0% 떨어진 코스닥도 하락폭을 3.4%로 줄였다. 2011년 11월 재개 당시에는 1주일간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2.7%, 2.3% 떨어졌으나 3개월 뒤에는 5.0%, 2.3% 올랐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 이후 단기적인 성과는 금지 기간 동안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코스닥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며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 성과는 경제 환경이나 기업 실적에 동조화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국내 경제 지표가 양호한 데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기업들의 실적도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공매도 재개가 증시 방향성을 바꾸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가 개별 종목 및 업종, 더 나아가 국내 증시 전반에 단기 변동성 확대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강세장 기간에는 공매도 전략 자체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며 "최근 증시가 2개월 넘게 조정을 받긴 했지만 글로벌 경기 정상화 기대 가속화, 국내 수출 실적 등을 감안하면 이익 개선 추세가 훼손되지 않았기 때문에 강세장 기조는 유효하다"고 전망했다.
이정빈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공매도 제한 조치가 해제돼도 공매도로 인한 주가 조정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실적이 상향 조정되는 상황에서 수급적 이유만으로 추세적으로 상향하는 주가지수의 방향성을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