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개념을 새로 도입하고 이에 해당하는 상품에는 강화된 투자자 보호장치를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이 시행됐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구조가 복잡하고 위험이 큰 금융투자상품으로, 원금의 20% 넘게 손실이 날 수 있는 파생결합증권(DLS), 파생결합펀드(DLF), 주가연계증권(ELS), ELF를 포함한다. 이러한 상품을 판매한 은행에는 판매·계약 체결 등 전 상담 과정을 녹취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또한, 판매·계약 후에도 투자자가 확정까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숙려기간을 2일 이상 보장해야 한다. 숙려기간 후 투자자가 서명, 기명날인, 녹취, 전자우편, 우편, ARS 등으로 청약 의사를 다시 한번 표현해야만 계약이 최종 체결되며, 숙려기간이 지난 후 투자자가 투자의사를 확정하지 않으면 투자금은 반환된다.
게다가 고난도 펀드의 경우 2영업일의 숙려기간 외에도 지난 3월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7일의 청약철회 기간도 부여된다. 투자자는 상품 가입 의사를 밝힌 후 실행까지 최대 9일간 고민할 시간이 생기는 것이다. 은행들은 펀드 자금 모집을 완료했더라도 향후 일주일간 청약철회 요청이 발생할 수 있어 일정 기간 펀드 운용이 불가능한 셈이다.
판매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은 상장지수펀드(ETF) 자산을 편입한 ETF와 ELF 등 시장성 상품이다.
ETF는 특정한 지수 움직임에 연동해서 운용되는 상품이며, ELF는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의 주가 움직임에 연동해 운용돼 가격 변동성이 크다. 이는 2영업일의 숙려기간과 7일의 청약철회 기간 내 기준가가 급격히 오르거나 하락할 수 있다는 뜻으로, 기대 수익률이 낮아진 투자자들의 청약철회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펀드 기준가가 숙려기간 중 올랐다고 가정하면 투자자들은 가입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철회 의사를 밝히고 자연스레 다른 상품을 찾게 될 것”이라며 “투자 숙려제는 기준가 변동이 큰 시장성 상품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펀드 판매가 위축된 상황에서 고난도 투자상품 숙려제까지 겹쳐 은행들의 펀드판매수수료 수익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이은 규제로 은행 창구에서 고객에게 펀드상품을 권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고객이 펀드에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하지 못해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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