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바이든 시대 동북아 전망과 한국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학술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고유환 원장은 이 자리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북핵 해법에 대해 "군사적 수단과 제재를 전면에 부각시키지 않고 외교적 해법을 강조한다"며 "도발에 대한 '단호한 억지'를 공언하면서 외교를 통한 북핵 해결을 모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를 존중하고 '조정된 실용적 접근'을 모색할 경우 북한의 핵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기초 위에 실현 불가능한 선비핵화 압박을 접고 미국의 우려사항을 핵동결에서 핵능력 감축, 군비 통제 등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점진적·단계적 수순을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안전보장과 제재 해제 관련 수순을 연계해 안보·안보 교환 프로세스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 원장은 체제안전보장 수단으로는 △한·미군사연습 중단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과 평화 협정 체결 등을 거론했다.
고 원장은 또 지난 30여년간 이어진 북핵 협상이 바이든 행정부에 주는 시사점으로 우선 "붕괴론에 근거한 핵동결정책과 전략적 인내가 북한의 체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북핵 고도화를 방치했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평화 협상을 후순위로 둔 '동결 대 보상' 방식의 미봉책 등이 북한 핵개발을 용인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미국이 북핵문제를 동아태전략, 인도·태평양전략 차원에서 다루면서 '북한위협론'을 대중국 전략차원에서 다루다가 북핵 해결의 초점을 잃었다"고도 지적했다.
또한 "북핵 협상 과정에서 중국의 배제와 관여를 반복하면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지도자들의 담판을 통한 톱다운(하향) 방식의 일괄타결 노력이 각각 국내 구조의 반발로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끝으로 "북한 수령 체제의 특수성을 반영한 협상전략을 만들지 못했거나 북한의 의도를 무시 또는 '오독'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짚었다.
또 "중국을 배제하고 양자협상을 시도할지, 아니면 중국을 관여시켜 다자협상을 진행할지 등도 주목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이낙연 국회의원실과 숭실평화통일연구원이 공동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행사에서 오는 21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의제 및 전망과 미·중 갈등, 한·일 관계 대응에서의 한국 정부 과제 등을 다뤘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한·미 동맹에 기초한 신외교'와 '한반도 신평화구상'을 축으로 하는 외교안보 구상을 밝혔다.
이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방미에 대해 "한·미 관계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제한 뒤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국의 외교전략을 '한·미 동맹에 기초한 신외교'라고 정의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는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지상과제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 문재인 정부의 평화프로세스를 잇는 '새로운 한반도 신평화구상'이 필요한 때"라며 "'한반도 신평화구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남북교류 활성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만드는 구상"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2단계 접근법을 제안, "우선 북한과 '잠정합의'를 타결해 핵 활동 동결 및 롤백(해체) 개시, 사찰단 파견, 점진적인 경제제재 완화를 제공하고 이후 시간을 갖고 보다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포함하는 포괄적 핵합의 타결을 시도하자"고 주장했다.
나아가 미국을 향해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해주기 위해 대화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며 "그 대표적인 조치가 스티븐 비건 이후로 공석 상태인 미국의 대북 특별대표를 조속히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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