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시장에서 시작된 ‘무(無)라벨’ 바람이 음료업계로 퍼지고 있다. 페트병을 버릴 때 라벨을 제거하도록 하는 새로운 분리배출 정책이 시행된 데다 친환경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음료업체들은 탄산수부터 차음료까지 무라벨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식음료업체들이 잇따라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라벨을 뗀 제품 출시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1월 국내 생수 브랜드 최초로 페트병 몸체에 라벨을 없앤 ‘아이시스 에코’를 출시했다. 아이시스 에코는 작년 총 1010만개가 팔렸다. 아이시스 에코를 통해 약 6.8t의 포장지 폐기물 발생량이 줄었다. 지난달에는 무라벨 사이다인 ‘칠성사이다 에코’를 내놨다. 이달에는 라벨을 뗀 ‘트레비 에코’도 선보였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친환경 소비 트렌드에 맞춰 라벨을 떼 버리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투명 페트병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무라벨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며 “친환경 제품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F&B는 국내 차음료 중 최초로 라벨을 뗀 제품인 ‘에코보리’를 출시했다. 페트병 경량화를 통해 제품의 친환경 요소를 더욱 강화했다는 게 동원F&B 관계자의 설명이다.
동원F&B 관계자는 “동원그룹 종합포장재 계열사 동원시스템즈와 협력해 에코보리 페트병의 무게를 같은 용량의 기존 자사 페트병 대비 약 25% 줄여 플라스틱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에코보리는 묶음포장용 비닐 대신 종이박스만으로 포장했다.
코카콜라 역시 앞서 올해 1월 자사 탄산수 ‘씨그램’의 라벨을 제거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제품 로고는 용기에 양각 형태로 새겼다. 아울러 플라스틱 경량화까지 추진해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을 445t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자사 먹는샘물 브랜드 ‘강원평창수’와 ‘휘오 순수’를 무라벨 제품으로 내놨다.
농심이 이달부터 무라벨 백산수 판매를 시작하고 연말까지 백산수 전체 판매 물량의 50%를 무라벨로 전환할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판매 물량의 50%를 무라벨로 전환하면 연간 60t 이상의 필름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음료도 무라벨 용기를 적용한 먹는샘물 ‘석수’ 2L 6입팩을 출시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향후 묶음 판매 제품 전 물량을 포함해 자사 페트 생산량의 50% 이상을 무라벨 제품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작년 12월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을 통해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을 시행했다.
또 재활용 용이성 평가에서 무라벨 제품에 ‘재활용 최우수’ 등급을 부여하고, 이를 제품 표면에 광고할 수 있게 했다. 생산자책임재활용 분담금도 50% 경감해 줄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리수거 시 라벨을 뗄 필요가 없다는 편리성 때문에 무라벨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상품을 고를 때 제품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무라벨 제품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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