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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독 밀착동맹 본격화?...미, 발목 잡던 '러시아 가스관 제재' 독일 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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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5-2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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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러시아, 6년 끌어온 노르트 스트림-2 사업 마무리 짓나?

  • 미 바이든,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군사 위협 철회 요구할 수도

미국과 독일이 갈등을 빚어왔던 '노르트 스트림-2' 해저 가스관 사업 관련 제재 문제가 일단락하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와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유지하면서도 독일에는 이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향후 미·독 동맹 관계 복원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러시아로부터는 형평성 시비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현지시간) AP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복수의 미국 의회 보좌관들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노르트 스트림-2 사업과 관련해 독일 측의 제재를 면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에 송부한 90일 기간의 정기 보고서에는 8곳의 러시아 기업과 선박사에 대한 제재 방안을 담았다. 당초 독일 측 사업 감독 기업인 '노르트 스트림-2 AG'와 마티아스 와니그 최고경영자(CEO) 역시 같은 제재를 받을 것으로 예정했지만, 미국 국무부는 해당 보고서에서 이를 일단 면제한다고 밝혔다.

제재 면제 기간은 미국 국무부가 다음 정기 보고서를 발행할 때까지인 90일 동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제재 면제 결정은) 국가 안보 문제로, 대서양 횡단 관계(미국-유럽 대륙 동맹 협력)를 강화하겠다는 우리(미국)의 약속과 일치하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결정은 지난 18일 진행했던 블링컨 장관과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의 회담에서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결정에 대해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건설적인 조처'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대립을 피하기로 했다"면서 "이는 의견 충돌이 있더라도 동맹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FT는 "바이든 행정부가 제재를 철회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미국이 가장 가까운 동맹의 피해를 감수할 용의가 없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 의회는 반발하는 모양새다. 현재 의회에서 노르트 스트림-2 사업 제재 건은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이 초당적으로 동의·협력하는 소수의 문제 중 하나다.

이날 민주당 소속 밥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혀왔다"면서 "이번 결정에서 러시아의 유럽 침략 행위에 대한 미국의 대응 의지를 볼 수 없었다"고 반발했다.

공화당 소속 제임스 리시 상원의원과 마이클 맥콜 하원의원은 각각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레버리지(지렛대)를 약화하는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이 가스관을 완성한다면, 이는 전적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허용했기 때문"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결정에 따라 미국과 독일은 향후 90일 동안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완공과 관련해 추가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양국은 협상을 통해 독일의 사업 완료에 방점을 두는 한편,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와 경고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미국이 독일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을 완화하도록 압박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르트 스트림-2는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가즈프롬과 다수의 유럽 기업이 참여해 1225㎞에 이르는 독일과 러시아 사이의 해저를 천연가스 수송관으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5년부터 공사를 시작했지만, 미국의 제재와 압박으로 공사는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왔다. 현재 공정률은 95%인 상태로 완공까지 80㎞만을 남겨뒀다. 

독일은 이를 자국 에너지 수급 정책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해왔지만, 미국 측은 러시아에 대한 유럽 지역의 에너지 의존도를 심화하고 러시아의 자원 수출 수입과 정치적 영향력 증대를 우려해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 들어서면서 미국은 독일을 상대로 해당 사업의 백지화를 요구해왔지만, 독일이 이를 거부하자 미국은 2019년부터 본격적인 제재 행보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행정부는 가스관 건설에 참여하는 러시아 선박사들을 비롯한 보험사·인증사 등에 대한 제재를 미국 국방예산법인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에 포함하는 방안을 제출했고, 의회는 이를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에 따라 미국 국무부는 90일마다 노르트 스트림-2 사업과 관련한 감시 내용과 제재 진행 상황을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한편, 아이슬란드 북극이사회 장관 회의에 참석 중인 블링컨 장관은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바이든과 푸틴의 정상회담이 오는 6월 전후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양국의 고위급 관료가 처음으로 만난 자리로, 이날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와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관계를 수립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2019년 6월 러시아 레닌그라드 인근 지역의 노르트 스트림-2 공사 현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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