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LG 배터리 소송 로비전...액수는 SK·건수는 LG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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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1-05-2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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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 5건 28억원 규모 로비업체와 계약...LG는 9건에 15억원 지불

SK가 LG와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LG보다 2배 가까이 많은 로비 비용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비 건수는 LG가 SK보다 2배 정도 많았다.

23일 양사가 지난달 20일까지 미국 상하원에 제출한 ‘로비 내역(LOBBYING REPORT)’에 따르면 SK는 ITC 소송과 관련해 5번에 걸쳐 총 249만 달러(약 28억원) 규모의 로비계약을 현지 로비스트와 맺었다.

로비 대상은 상하원과 백악관 사무실, 대통령 행정실, 국가경제위원회(NEC), 국가안보위원회(NSC), 교통안전국(NHTSA), 상무부(DOC) 등 다양했다.

가장 큰 로비계약 규모는 SK이노베이션이 콘빙턴 앤 벌링(CONVINGTON & BURLING LLP)과 두 차례에 걸쳐 맺은 201만 달러 규모의 로비계약이다.

지난해 10월 ITC 소송 도중 콘빙턴과 65만 달러 규모 로비계약을 맺은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ITC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패소 판결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비토권 행사를 유도하기 위해 136만 달러 규모의 로비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캐피톨 시티 그룹(CAPITOL CITY GROUP LTD)과도 ITC 판결에 대한 비토권을 옹호해 달라는 내용의 6만 달러 규모의 로비계약을 체결했다.

LG는 ITC 판결과 관련해 총 9건의 로비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액은 133만9666달러(약 15억원)다.

SK의 ITC 소송 관련 로비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것과 달리 LG는 2019년 4월부터 이차전지 소재 유통 규제 관련 자문 로비계약으로 15만5000달러를 사용하면서 빠르게 대응했다.

로비 대상은 SK와 같이 상하원, 백악관 관계 부처다. 가장 큰 금액이 지출된 건은 지난해 4월 LG에너지솔루션이 호건 레벨스(Hogan Lovells US LLP)와 계약한 45만 달러 규모의 로비계약이다. ITC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판결 이후 체결한 로비계약은 맥라티 인바운드(McLarty Inbound LLC)와 맺은 ITC 판결 관련 조언을 구하는 4만3000달러 규모 계약이 전부다.

ITC 소송 로비전에서는 LG가 판정승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내 로비스트 업계에 따르면 LG는 SK의 우군인 조지아주의 유력 인사에게도 거액의 기부금을 전달해 회유하는 등 지능적인 로비활동을 펼쳤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지난 3월 11일 열린 이사회에서 관련 팀의 글로벌 분쟁 경험 부족 등으로 미국 사법 절차에 미흡하게 대처한 점을 강하게 질책했다. 이어 이번 일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내부적으로 글로벌 소송 대응 체계를 재정비함과 동시에 외부 글로벌 전문가를 선임해 보완된 컴플라이언스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

앞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LG그룹은 2008년 LG전자가 미국 진출이 한창인 시절부터 적극적인 로비를 펼쳐왔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LG전자, LG화학, LG퓨얼셀시스템스 등을 통해 총 14건, 326만3666달러 규모의 로비계약을 맺었다. 로비는 ITC 판결과 같은 특정 이슈에 집중되지 않고 매년 다양한 분야에 대해 이뤄졌다.

SK의 경우는 2010년 SK텔레콤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지속가능한 에너지 연구 용역 관련 로비를 시작으로 SK하이닉스, SK실트론 등을 통해 현지 로비를 해왔다. 2018년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진출하기 전까지의 로비내역은 총 2건, 18만 달러에 불과하다. 2018년부터 SK하이닉스가 적극적인 로비를 시작하면서 로비 규모는 총13건, 1316만 달러로 급증했다.

업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 미국을 찾은 것을 두고 SK그룹의 미국 내 네트워크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대표면서도 국내 경제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도 미국을 찾았다. 미국 내 정·재계 인사와의 교류가 활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재계 관계자는 “LG 내에 이른바 미국 내 로비전문가라고 불리는 인물이 몇 있어 로비경험이 풍부할 수밖에 없었다”며 “SK는 ITC 판결을 통해 현실을 파악한 만큼 최 회장의 방미와 겹쳐 관련 대응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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