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4월까지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를 비롯한 국내 조선업계의 전체 선박 수주 대수는 171대다. 이는 지난해 총 수주 선박 대수인 193대의 88%에 달하는 수치다.
4개월간 수주량을 무게로 환산한 CGT(표준선환산톤수)는 682만CGT를 기록했으며, 수주액은 156억 달러(약 18조원)에 달한다. 각각 지난해 총 CGT, 수주액의 78%, 81%다.
업계는 국내 조선업계의 올해 총 수주량이 1000만CGT를 넘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상된 신조선가 등을 반영하면 수주액은 300억 달러를 넘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문제는 올해다. 시장은 국내 조선업을 대표하는 조선3사의 올해 매출이 지난해(28조8940억원)와 비슷한 28조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16년부터 이어온 조선업계 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가 올해까지 이어진다는 의미다.
영업이익은 최소 1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영업손실 폭이 확대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제강사들은 지난 3월 말 조선향(向) 후판 가격을 t당 10만원 전후로 인상했다. 조선업계의 반대에도 대규모 영업손실을 이유로 후판 가격 인상을 강행했다. 후판 가격이 인상된 3월 말의 철광석 가격은 t당 160.27달러였다.
지난 21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t당 214.19달러로 두 달 만에 33.64%가 뛰었다. 중국의 철강제품 감산, 미국·유럽 내 철강제품 공급 부족, 국내 철강제품 매점·매석 등으로 인해 철광석 가격의 상승세는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향 후판 가격은 반기마다 계약을 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하반기 추가로 조선향 후판가격을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7월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조선향 후판가격 협상에서 제강사들은 상반기보다 더 큰 폭의 인상을 요구할 예정이다.
올해 수주 실적 반등에 힘입은 조선3사의 내년 영업이익은 6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후판가격 인상으로 인해 올해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하면 기저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불황을 벗어나긴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선박 원가에서 후판 가격은 약 20%를 차지한다. 수익률은 엔진·기술 로열티 등 장기 계약으로 인해 가격 변동이 적은 품목보다는 후판 같은 원료가격 상승에 크게 좌우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만 넘기면 된다는 심정으로 국내 조선사들이 간신히 버티고 있다”며 “업계가 제강사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후판 가격인상을 올해는 참았다가 내년에 후반영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실적악화로 기업들이 무너지면 내년에 실적이 좋은 게 무슨 의미인가”라며 “중소·중견 조선사들은 후판을 공급받지 못하거나, 배를 만들고도 손해를 보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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