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투어웨이] 566일 만에 도착한 1번 홀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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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입력 2021-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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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1 채리티 오픈이 열리고 있는 사우스스프링스[사진=이동훈 기자]


2019년 11월 10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 골프장, 1번 홀(파4) 티잉 그라운드. 마지막 조로 출발하는 3명의 선수가 섰다. 안송이, 이가영, 이소영이다. 안송이는 생애 첫승을 노렸다. 투어 10년 차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티잉 그라운드 주변은 갤러리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가영 잘해라", "이소영 힘내라", "안송이 우승하자" 등 외침이 메아리치듯 선수들을 감쌌다.

3명 모두 티샷을 날렸다. 한 갤러리가 마지막 티샷 소리에 종종걸음으로 서두르며 "얼른 가자"고 소리쳤다.

그 소리에 갤러리는 줄줄이 이동했다. 두 번째 샷 상황, 이소영이 샷 이글에 성공했다. 갤러리의 함성과 박수 소리가 우레와 같았다.

이소영이 홀에 있는 공을 집어 들었다. 한 갤러리가 "하하하, 대단하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두 선수에게는 자극이 됐다. 특히 안송이에게다. 15m 버디 퍼트를 시도했지만, 아쉽게 빗나갔다. 그는 파 퍼트를 넣으면서 굳은 표정을 지었다. 한 갤러리는 그런 그에게 "괜찮아요"라며 응원했다.

18홀이 끝났다. 대회 결과 안송이가 생애 처음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눈물과 함께다. 시상식을 바라보던 한 갤러리가 옆 사람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거봐, 1번 홀부터 따라오길 잘했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때가 마지막 '직관'인 것을. 2019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갤러리는 프로골프 대회를 관전할 수 없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다.

다만, 미디어 센터는 열려 있었다. 기자들은 살벌한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취재를 이어왔다.

기자들에게 취재가 허용된 구역은 대회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1번과 10번 홀 티잉 그라운드, 9번과 18번 홀 그린이 보편적이었다.

기자들에게도 1번 홀 그린은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북녘땅 같은 존재였다.

지난 28일 E1 채리티 오픈 첫날. 대회장에는 낙뢰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4시간 10분 뒤인 오전 11시. "출발해도 좋다"는 신호가 내려왔다.

1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선수들이 섰다. 호쾌한 티샷과 함께 오르막을 따라 두 번째 샷 지점으로 걸어갔다. 기자도 선수들을 따라갔다.

북녘땅을 향해 걸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 대회는 기자들에게 1번 홀 그린을 개방했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이고, 안송이가 우승한 지 566일(약 1년 6개월) 만이다.

38선을 넘었다. 선수들은 야디지 북을 확인하느라 바빴다. 그린 공략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깃대와 딱 붙는 샷이 나왔다. 무의식 중에 "굿샷~"을 외쳤다.

울려 퍼진 목소리에 그 선수는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3명의 선수가 그린 위로 올라갔다. '굿샷~'을 날린 선수가 버디를 낚았다. 묵례를 하고 2번 홀(파4)로 걸어갔다.
 

티잉 그라운드와 클럽하우스 뷰[사진=이동훈 기자]


뒤를 쫓고 싶었지만, '여기까지구나'라는 생각에 발걸음을 돌렸다. 내리막을 따라 정처 없이 걸었다.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들어 바라본 풍경이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풍경 속에는 한 폭의 그림처럼 티잉 그라운드와 클럽하우스, 그리고 선수들이 보였다.

잊고 지낸 풍경이라 가면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문득 '더 많은 갤러리가 봤다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 프로골프 협회는 갤러리 입장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갤러리가 안전하게 즐길 방법에 대한 고민을 말이다.

기자는 566일 만에 대회장 1번 홀 그린에 당도했다. 갤러리도 곧 대회장 입구를 넘어 그린에 도착할 것이라 본다.

"언제나 그랬듯, 답을 찾지 않을까."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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