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김형 대표이사를 사업대표로 재선임하고 정항기 CFO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관리대표로 신규 선임했다. 투톱 체제로 효율적인 역할 분담을 하는 동시에 매각 프로세스를 본격화하려는 모습이다.
대우건설은 7일 오전 서울 을지로 사옥에서 김형 사장 연임 등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개최했다.
안건이 이견 없이 통과되면서 대우건설은 김형 사업부문 대표이사와 정항기 관리부문 대표이사의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김형 대표이사는 토목·주택건축·플랜트·신사업 등의 사업본부와 인사관리지원본부, 경영지원실, 글로벌마케팅실, 품질안전실, 기술연구원을 담당하고, 정항기 대표이사는 미래전략본부, 재무관리본부, 조달본부를 담당한다.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 체제에서 CEO가 연임한 사례가 없었고, 각자 대표 체제에 돌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각 작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매각 관련 업무에 대한 부담을 던 김형 사업대표는 국내·해외 공사에 대한 양질의 수주와 안정적 사업운영을 통해 글로벌 건설기업으로 도약할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매각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정항기 관리대표가 전면에 나서 매각 등을 진행하는 등 역할 분담이 이뤄질 전망이다.
대우건설의 매각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재무전문가인 정항기 대표의 역할에 특히 관심이 쏠린다. 정 대표는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최대주주가 된 이후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CFO로, 2019년 8월 대우건설에 합류했다. 현대차 재경본부와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증권을 거쳐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에서 부사장을 역임한 만큼 원매자들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꾸리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정 대표 영입 이후 회사의 부채 관련 지표도 크게 개선됐다. 2016년 381.7%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242.6%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의존도는 17.3%에서 5.4%까지 줄었다. 금융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이 개선되며 매물로 매력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각자대표 체제가 지닌 장점을 극대화해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대외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와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은 2017년 이후 3년간 이어진 매출액 감소세를 매듭짓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외형이 확대되고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 M&A 진행을 공식화한 것은 회사 체질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우건설은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매각됐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얼마 지나지 않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다시 대우건설을 매물로 내놓은 뒤 2009년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았다. 2017년에는 호반건설과 인수협상을 진행했지만 불발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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