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4월 소비자물가가 발표됐다. 1년 전보다 3.3% 오르면서 12년여만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국가가 상승했지만, 하락한 국가가 2곳 있다. 그리스와 일본이다. 특히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0.4% 하락으로 가장 낮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처럼 일본 내 물가가 꿈쩍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움직이지 않는 임금이 꼽힌다. OECD 데이터를 기준으로 하면 1997년의 실질 임금을 100으로 삼는다고 할 때 2020년 가을을 기준으로 일본은 90.3을 기록하면서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미국은 122.2, 영국은 129.7, 한국은 157.9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비용이 오르고 있지만, 워낙 내수가 쪼그라든 탓에 기업들이 제품가격을 올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기업이 쥐어짤 수 있는 것은 임금이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움직이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영향이 간다. 결국 임금의 하락은 다시 소비의 침체로 이어지고 기업의 수익도 갉아먹는다. 이같은 악순화이 이어지면서 일본 경제는 전체적으로 저임금의 덫에 걸려있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지표에서도 이같은 간극은 드러난다. 일본의 5월 생산자물가가 1년 전보다 5% 가까이 급등했다. 지난 10일 일본은행에 따르면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03.9로 전년 동월 대비 4.9%, 전월 대비 0.7% 올랐다. 생산자물가는 전년 대비 기준으로 최근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전월 대비 PPI 역시 6개월째 플러스다.
그러나 5월의 소비자 물가지수(CPI, 신선식품 제외)의 상승률은 불과 0.1%에 그쳤다. 이마저도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어 1년 2개월만에 전년동월 대비해 상승한 것이다.
결국 전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제품에 대한 일본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지게 된다. 미국 애플이 최근에 내놓은 아이폰 12 프로맥스 가격은 일본인의 평균 월수입의 약 45%에 달한다. 반면 미국인 평균 월수입의 약 25% 정도의 부담만 지면된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의 나가하마 도시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 장기간 디플레이션을 통과해오면서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가격을 전가하는 매커니즘이 파괴돼버렸다"면서"결과적으로 제품 가격 인상이 할 수 없는 기업이 돈을 벌지 못하고, 임금을 인상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물가가 오르지 않는 악순환이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의 주원인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임금을 올리고 소비가 늘리는 선순환이 되어가지만, 노동 시장이 경직적인 일본에서는 이 선순환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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