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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 [사진= 연합뉴스]
가짜 수산업자 김태우(43)를 둘러싼 파문이 확산 중이다. 정계는 물론 검찰·경찰·언론·교육계가 한꺼번에 흔들리고 있다.
정치인과 법조·언론계 인사들이 잇달아 입건되거나 수사 대상자가 됐다. 김씨에게 고가의 포르쉐 차량을 받은 의혹에 휩싸인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박영수 특검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를 지낸 이모 부부장검사와 윤석열 캠프 대변인이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재력가 사칭하며 정치인·검·경·언론 인맥 과시
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확보한 인맥은 정·관계를 넘어 언론계, 사립대 이사장까지 뻗쳐 있다. 지역 재력가이자 언론인을 사칭하며 얻어낸 인맥이다.
김씨가 지난해 6월 이후 선물을 보낸 정·관계 인사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박영수 특별검사, 국민의힘 김무성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 정봉주 전 의원 등 최소 27명이다. 대부분 교도소 수감 시절 만난 언론인 출신 정치인 송모씨가 소개해준 사람들이다.
인맥은 곁가지를 치며 뻗어나갔다. 김씨는 김무성 전 의원 소개로 이동훈 전 위원을 만났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이 전 위원에게 골프채 등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위원은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 캠프 대변인을 맡았으나, 열흘 만인 지난달 20일 돌연 사퇴했다.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 때문이다.
현재 이 전 위원은 엄성섭 TV조선 앵커, 이 부부장검사, 전 포항남부경찰서장 배모 총경 등과 함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총 12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쳤다.
이 부부장검사는 압수수색도 당했다. 경찰은 지난달 23일 이 부부장검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부부장검사가 김씨에게 보낸 "고맙다"는 문자 메시지가 금품수수 정황을 뒷받침하는 물증으로 꼽힌다.
두 사람은 이 부부장검사가 대구지검 포항지청에서 근무했던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8월 사이 알게 됐다. 박 특검이 소개했다. 김씨는 이후 이 부부장검사에게 명품 시계와 자녀 학원비 등 2000만~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명품 시계는 스위스 고가 브랜드인 'IWC' 모델로 알려졌다.
결국 그는 압수수색 이틀 뒤인 지난달 25일 단행된 검찰 인사에서 지방 소재 검찰청 부부장검사로 강등 발령됐다.
금품수수 의혹은 경찰도 피해가지 못했다. 주 의원이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배 총경은 최근 경질됐다. 배 총경과 주 의원은 고교(대구 능인고) 동문이다. 엄 앵커는 지난달 말 담당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옵티머스 사건 무마도··· '포르쉐 제공' 박영수 사퇴
김씨는 한 사립대 이사장의 옵티머스펀드 사기 사건 연루 의혹을 무마하는 데 개입한 혐의도 있다.
사립대 이사장이 대학 돈 120억원을 옵티머스에 투자해 수사 받을 위기에 처하자, 이사장 어머니를 이 부부장검사에게 소개하고 골프 회동 등을 주선했다는 의혹이다. 검찰 수사를 받은 사립대 이사장은 지난 5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됐다.
김씨를 만났지만 청탁금지법은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던 박 특검은 이날 사표를 냈다. 박 특검은 입장문에서 "더는 직무수행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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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현직 부장검사·총경·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줬다고 폭로한 수산업자 김모(43·수감 중)씨가 100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일 당시 자신의 집 거실에 진열해둔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관련 물품 사진. 촬영시기는 2019년 8월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김씨에게서 포르쉐 차량을 제공받고, 명절에 대게·과메기를 선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특검은 지난 5일 입장문에서 "약 3년 전 송씨를 통해 김씨를 처음 만났고, 포항에서 수산업을 하는 청년사업가로 소개받았다"며 "이후 2~3회 식사를 같이 하고 의례적인 안부전화도 나눴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 사업에 관여하거나 행사에 참여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포르쉐 차량 무료 시승 의혹과 관련해선 "차를 렌트하고 이틀 뒤 반납했으며 렌트비 250만원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박 특검은 "논란이 된 인물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이 부부장검사에게 소개해준 부분 등은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이외에 사실과 다른 보도 내용은 차후 해명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씨와 만났지만 일찌감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거리를 둔 인사들도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중 경남지사 출신인 홍준표 의원, 포항이 지역구인 김정재 의원과도 일면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만남은 이 전 위원이 주선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김씨가 수상하게 느껴져 거리를 뒀다고 해명했다. 홍 의원은 지난 5일 본인 페이스북에 "최근 언론에 회자되는 모 수산업자를 이동훈 기자 소개로 만나 2년 전에 셋이서 식사를 한 일이 있었다"며 "포르쉐 등 차가 5대나 있다고 스마트폰 사진을 보여줄 때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봤다"고 밝혔다.
◆생계형 잡범→로비스트·110억대 사기꾼 변신
김씨는 학창시절 크게 눈에 띄는 학생이 아니었다.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출신인 김씨는 포항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왔다. 이후 대구 인근에 있는 대학교 법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을 마친 김씨는 대구에서 법률사무소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돈을 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범해 보였던 김씨는 2008년 사기 행각을 벌인다. 당시엔 '생계형 범죄자'였다. 2008~2009년 대구 지역 법률사무실 사무장을 사칭해 개인회생·파산 절차를 도와주겠다고 피해자 36명을 속여 1억6000만원을 가로챘다. 7년간 도망 다니다 2016년 재판에 넘겨졌고, 그해 11월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씨의 변신은 이때 이뤄진다. 대구교도소에 함께 복역했던 송씨와 만나면서다. 두 사람은 2017년 12월 30일 나란히 특별사면을 받고 풀려났다.
김씨는 출소 후 6개월 만에 사기 행각을 재개했다. 사칭도 더욱 과감해진다. 자신을 '1000억원대 유산'을 상속받고, 포항에서 어선 수십척과 풀빌라 등을 소유한 재력가라고 말하고 다닌다. 이어 '선동 오징어(선상에서 급랭한 오징어)' 사업을 한다며 투자금을 받아 가로챘다. 그가 말한 사업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김씨는 2018년 6월부터 올해까지 7명에게서 116억2000만원을 뜯어냈다.
김씨가 이렇게 대담한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송씨가 있다. 김씨는 송씨 지원을 받아 언론사를 비롯한 여러 단체 수장을 맡았다. 인지도도 역시 넓혀갔다. 김씨는 2018년 3월에 송씨가 발행·집행인으로 있는 한 인터넷매체 부회장에 취임했다. 실체가 없거나 모호한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상임위원, 유니세프 경북지회 후원회장, 한국다문화가족협회 대구경북후원회장, 몽골스포츠교류재단 상임부회장 등도 맡았다.
피해자를 고르는 대상도 달라졌다. 이전엔 사무장을 사칭해 취약계층에게 접근했지만, 이번엔 유력 정치인 가족이나 언론인 출신 등을 골랐다.
김씨는 2019년 5월부터 김 전 의원 친형에게 34회에 걸쳐 총 86억5000만원을 가로챘다. 본인 후원자 역할을 한 송씨 역시 속였다. 그는 선동 오징어 사업을 미끼로 송씨에게 17억5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경찰은 현재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김씨에게 금품을 받은 의혹이 있는 인사들을 잇달아 불러 조사 중이다. 상황에 따라 김씨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현재 사기 사건으로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씨는 최근 언론 보도를 일부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담을 느낀 탓인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사기 혐의 재판에 출석해서도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김씨 변호인은 "무슨 게이트가 아니다"면서 사건이 확산하는 데 경계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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