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성보경 회장]
21세기 산업혁명시대에 발생하는 전쟁은 총성도 없이 은밀하게 진행되는 0과 1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기술패권전쟁이다. 우리나라는 2개의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견제정책인데, 모두가 우리나라의 한가운데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경제전쟁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세계의 조롱거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의 절대강자인 미국은 도전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응징을 해왔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견제정책을 이겨내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에서 발생하는 변수에 대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기술의 핵심인 반도체(Semiconductor)는 메모리분야의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분야의 TSMC가 세계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견제와 대만의 TSMC와의 기술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쟁에 이기기 위한 가장 큰 무기가 M&A전략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현재 세계는 디지털 경제 및 가상공간기술(Cyber Space Technology)이 발전하기 위한 3개의 큰 호재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며, 둘째는 엄청나게 공급된 유동성으로 인하여 세계적인 ICT공룡기업들이 엄청난 자본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스타트업(Start-Up) 기업들까지도 대규모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고, 셋째는 코로나 19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하여 디지털 경제 및 가상공간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게 다가오는 죽음의 계곡을 여러 번 건너야 한다. 이 죽음의 계곡을 넘게 해주는 최상의 경영전략이 M&A(Mergers, Acquisitions and Divestitures)이다. 세계적인 공룡기업들은 생태계를 조성하여 지배하기 위해 M&A전략이 필요하고, 스타트업 기업들은 생태계의 핵심그룹에 들어가기 위해 M&A전략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기술이 네트워크(Technology Network)로 연결되어야 한다. ICT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과 인공지능 등을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필요하고, IoT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생산 프로세스가 자동화되어 있는 제조업의 클러스터가 필요하며, 스마트폰은 VR, AR, 웨어러블 등의 기술이 인공지능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은 각 분야에서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을 융합할 수 있는 M&A전략을 사용하는데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기업 또는 기술간 융합 및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M&A전략이다. M&A는 기업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최고의 전략전술이며, 가장 강력한 경쟁무기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공룡기업들을 중심으로 M&A전략을 사용하여 첨단기업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세계경제의 핵심 축을 형성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ICT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국가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는 ICT 산업을 이끌어가는 기업이 없다는 것이다. ICT 산업의 핵심인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 공급하는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포함되어 있지만, 나머지는 미국과 중국이 양대 산맥을 형성하여 주도권을 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최고의 기업이기는 하지만 글로벌 생태계 차원에서 보면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는 아직도 시계가 불투명한 상태이다. 세계적인 공룡 ICT기업들은 1,000조원~3,000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자본으로 무장되어 있으며, 각국의 정부 또한 세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강력한 정책지원을 하고 있다. 그에 반해 한국 정부는 소리만 요란하지 헤게모니를 장악할 수 있는 정책이 없다. 기업들은 세계경쟁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정부의 규제 및 빗나간 정책에 의해 발목이 잡혀있는 상태이다. 우리나라의 ICT 인프라는 세계 최고의 수준이지만, 기업들은 ICT 기술의 활용도가 떨어지고, ICT 서비스 산업은 외국의 공룡기업들이 모두 선점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세계적인 공룡기업들은 M&A전략을 활용하여 관련기업들을 엄청난 자본을 투입하여 인수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세계 경제는 아날로그 경제(Analog Economy)에서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로 전환되고 있으며, 반도체, 인터넷, 소프트웨어, 플랫폼, 금융, 통신, 미디어, 에너지, 자동차, 의료, 선박, 항공, 우주, 건설, 철강, 화학 등의 모든 산업이 ICT 산업과 융합되어 ICT 산업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계 M&A시장도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를 구축해가고 있는 ICT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M&A 시장에서 전통 기업들은 ICT와 융합하기 위해서 M&A를 진행하고, ICT기업들은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M&A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선두기업들을 중심으로 M&A에 투입되는 자금도 1조 달러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M&A, 나아가 Cross-border M&A도 역시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며, 그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M&A 전략은 핵심사업의 선점 및 강화전략, 핵심 플랫폼을 선점하여 거점을 확보하는 전략, 다양한 첨단기술기업들을 인수하여 통합하는 전략, 첨단기술개발능력을 가진 기업을 인수하여 인재를 확보(Acqu-hire)하는 전략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FAANG으로 통칭하고 있는 페이스북(Facebook), 애플(Apple),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 등은 물론 디즈니, AT&T, MS, 인텔, 시스코, 오라클, 델테크놀로지스, IBM 등과 같은 글로벌 공룡기업들의 성장 과정은 M&A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기업들은 공격적인 M&A를 통해 단기간에 ICT 산업의 판도를 변화시키며 글로벌 ICT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가상공간의 지배 등의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M&A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M&A사례를 살펴보면, 세계 1위 기업인 애플(Apple)은 헤드폰 제조업체 비츠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고, 증강현실(AR)과 인공지능(AI)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구글은 지주회사 알파벳(Alphabet)을 설립하여 기업의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튜브(YouTube)를 인수하여 구글의 핵심 서비스로 만드는데 성공했으며, 안드로이드와 디지털 위성지도인 구글 어스를 M&A하여 구글의 핵심 서비스로 성장시켰다. 페이스북은 경쟁사였던 인스타그램을 M&A하여 4,000만 명의 회원을 추가 확보하고 네트워크 플랫폼 확보전쟁의 강자가 되었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는 비즈니스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링크드인(LinkedIn)을 인수하여 세계 최대의 전문가 네트워크를 확보했으며, 핫메일(Hotmail)과 스카이프(Skype)를 인수했다. 세계 최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디즈니는 21세기 센츄리 폭스, 컴캐스트 등을 M&A하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강자가 되었다. 미국의 통신 미디어 그룹 AT&T는 타임워너를 M&A하여 유료방송 1위 사업자가 되었으며, 디스커버리 채널을 인수하여 OTT분야에 진출했다. 종합반도체 1위 기업인 인텔은 자동차용 카메라 시스템 개발 기업인 이스라엘의 모빌아이를 인수했으며, 컴퓨터 분야의 고성능 시스템온칩 플랫폼을 제공하는 모비디우스(Movidius)도 인수했다. 퀄컴은 자동차용 반도체 업체 NXP반도체를 인수했다. 오라클은 썬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를 인수하여 자바(Java)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한 것은 물론 SaaS ERP(전사적자원관리) 기업 넷스위트(NetSuite)를 인수하여 유통, 커머스, 제조 등 분야에서도 클라우드 기반 ERP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Netflix)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콘텐츠 관련 지적재산권을 다양하게 소유하고 있는 밀러월드를 인수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헐리우드 영화제작사 MGM을 인수하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특정분야에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기업들의 영역은 이미 사라지고, 모든 분야에서 영역을 넓히는 생존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 산업계에는 절대강자는 없고, 영역 싸움에서 승리한 자가 주인이며,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치열한 생존게임이 벌어지고 있으며, 가장 강력한 무기는 M&A전략이다.
물론 M&A가 만병통치약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한국기업들이 세계경제의 주도권 경쟁에서 밀려나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치가 삼류라서 또는 관료들이 부패해서 그리고 인재가 부족하다는 등의 핑계를 댈 시간이 없다. 특히, 무어의 법칙이 존재하는 세계에서는 외줄을 타고 죽음의 계곡을 건너가야 하는 힘겨운 경쟁의 연속이다. 무어의 법칙은 ①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나 CPU의 속도가 18개월에서 24개월마다 2배씩 향상된다. ② 컴퓨팅 성능은 18개월마다 2배씩 향상된다 ③ 컴퓨터 가격은 18개월마다 반으로 떨어진다 등을 말하는데, 이렇게 급변하는 환경에서 유아독존의 생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의 첨단기술사회를 주도하기 위해, 우리나라 기업들도 M&A전략을 활용하고, M&A전문가를 양성하여 세계적인 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성보경 필자 주요 이력
△DBL(Drexel Burnham Lambert) 전략무기분야 M&A팀장 △리딩투자증권 M&A본부장 △우리인베스트먼트 회장 △세종대학교 주임교수 △(사)한국말산업중앙회 부회장 및 말산업클러스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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