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 폐회식이 지난 8일(현지시간) 진행됐다. 선수들이 입장하고, 올림픽기가 도쿄에서 파리로 전달됐다.
이후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단상 위로 올랐다.
그는 "선수 여러분은 스포츠인으로서 놀라운 성취를 보여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범유행으로 여러분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고려할 때 이는 더욱 놀라웠다"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여러분은 마법 같은 경기를 선보였다. 이는 가장 귀중한 선물인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 세계는 코로나19 범유행 이후 처음으로 하나가 됐다. 희망과 미래에 대한 믿음도 얻었다. 희망, 연대, 평화의 올림픽"이라며 "도쿄올림픽 여정에 마침표를 찍겠다. 폐회를 선언한다. 파리에서 만나요"라고 덧붙였다.
선수들은 그를 향해 힘찬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중계 화면에 잡힌 한 사람은 웃지 않고 있었다. 바로,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다.
◆ 일본에 내려진 역대급 '올림픽의 저주'
'올림픽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이는 올림픽 개최국이 대회 후 빚더미에 올라앉거나 경기 불황을 겪는 징크스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개최국이 저주에 걸리는 이유에 대해서 "벌어들일 수입을 기대해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집행하고, 새 경기장 등 인프라를 구축하면서도 대회 이후의 활용 대책을 수립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도쿄올림픽을 위해 편성한 예산은 3조700억엔(약 31조원)이다. 일본 정부가 1조600억엔(약 11조원), 도쿄도가 1조4100억엔(약 14조6600억원), 조직위가 6000억엔(약 6조2300억원)을 집행했다.
문제는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됐다는 점이다. 미야모토 가쓰히로 간사이대학교 명예교수는 연기 비용으로 6408억엔(약 6조6600억원)이라고 추정했다.
도합 37조~38조원이다. 일본도 벌어들일 수익을 생각했지만, 코로나19로 표는 겨우 4만장을 팔았다.
올림픽은 정상적으로 관중을 받아도 적자가 난다. 흑자가 난 올림픽은 딱 두 번이다. 1994 릴레함메르동계올림픽과 1996 애틀랜타올림픽이다. 나머지는 모두 적자가 났다. 일본은 적자에 큰 적자를 더한 셈이다.
◆ 3분의1만 성공한 도쿄올림픽
올림픽 성공의 3대 요소는 '꽉 찬 경기장', '자원봉사자' 그리고 '개최국 선수들의 경기력'이다.
일단, 코로나19 확산으로 '꽉 찬 경기장'은 참패를 당했다. 판매한 표는 모두 물거품이 됐다. 개·폐회식에 참석한 인원은 각각 900여명이었다. 개회식에서 일본을 방문한 국가와 국제기구는 15곳이 고작이었다. 폐회식은 그보다도 없었다. 많은 이들이 출국했기 때문이다.
스가 총리는 저조한 외교 성적에 애가 탔다. 외교사절단을 만날 기회가 그만큼 적었기 때문이다. 이는 2012 런던올림픽(80명),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40명)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다.
두 번째 요소인 '자원봉사자'는 시작 전부터 1만명이 그만뒀다. 올림픽 연기와 코로나19 확산 때문이다. 8만명에서 7만970명(일본인 6만3878명, 외국인 7092명)으로 줄었다. 일본 정부는 빠진 수를 채우기 위해 자위대를 파견했다. 그러나 이는 위협처럼 느껴졌다. 자위대는 경기장 근처에 막사를 설치하고, 군복을 입고 선수와 기자 등 관계자를 맞았다.
3대 요소 중 단 한 가지는 성공했다. 바로 '개최국 선수들의 경기력'이다. 일본은 이번 올림픽에서 역대 올림픽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이번 올림픽에서 일본은 금메달 27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17개 등 58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종전 기록은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세운 37개(금메달 16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2개)다.
금메달 수만 놓고 봐도, 첫 번째로 치러진 1964 도쿄올림픽과 2004 아테네올림픽(이상 금메달 16개)을 훌쩍 넘었다.
◆ 폭증한 일본 코로나19 확진자
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지난달 23일, 일본 정부는 개최 도시인 도쿄에 긴급 사태를 발령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세계인들의 축제'가 안방에서 열리자, 일본인들은 너도나도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개·폐회식이 열리던 도쿄올림픽 스타디움(신 국립경기장) 근처에서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술집으로 향했다. 함께 올림픽을 시청하고, 마시며 즐겼다. 결국, 도쿄도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폭증했다.
개회식 날(지난달 23일) 일본 내 일일 코로나19 확진자는 4225명이었다. 17일 뒤, 폐회식이 끝난 8일 오후 11시쯤 신규 확진자는 1만4472명이었다. 무려 3.4배가 증가한 것이다.
1만4472명 중 4066명은 도쿄도에서 나왔다. 전체의 약 28%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도쿄올림픽 안은 어땠을까. 교도 통신은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선수와 관계자는 지난달 1일 이후 총 436명"이라고 밝혔다. 개회식부터 지난 1일까지 10일간은 계산에 넣지 않았다. 이 역시도 조직위의 확진자 수 줄이기다.
이처럼 IOC와 미국 매체인 NBC는 웃었다. 도쿄올림픽 개최로 중계·광고료 등을 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웃을 수 없다. 앞으로 적자, 코로나19와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후폭풍이다.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장애인올림픽인 도쿄패럴림픽이 진행된다. 적자는 어느 정도 산정이 가능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 위협은 아직 도사리고 있다.
스가 총리에게는 일생일대의 난제가 됐다. 오는 가을 중의원 선거(총선)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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