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윤석 "'모가디슈' 무모한 도전…류승완 감독, 배울 점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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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1-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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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한신성 역을 맡은 배우 김윤석[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대본을 읽고 놀랐어요. '이게 가능해?'…무모하게 느껴졌죠. 굉장한 도전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데뷔 33년 차 베테랑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김윤석에게도 영화 '모가디슈'는 도전 그 자체였다. 오랜 연기 생활과 연출 경험을 바탕으로 따졌을 때 '모가디슈'는 너무도 무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1991년대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아야 하며 모든 장면을 해외에서 소화해야 했다. 게다가 대규모 총격? 자동차 추격 장면은 또 어떤가. 촬영 직전까지 "이게 가능하냐"라며 묻고 또 물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류승완 감독은 자신만만했다. 이미 '베를린'으로 해외 현지 촬영을 경험한 터라 해외 현지 촬영의 어려움이나 문제점 등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고 준비성도 훌륭했다. 그 덕분에 4개월간 모로코에서 진행된 현지 촬영은 매끄럽고 안정적이었다. "류승완 감독의 현장 자체가 배울 점이 가득했다"라고 극찬한 김윤석은 '모가디슈'로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한 것처럼 보였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 때문에 고립된 사람들의 탈출을 그리고 있다. 유엔(UN)에 가입하기 위해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외교 총력전을 벌이던 한국과 북한 외교단의 갈등과 고향에 돌아가기 위해 손을 잡게 되는 모습 등이 그려진다.

"류승완 감독과는 굉장히 막역한 사이에요. 못해도 1~2편은 같이 찍었어야 할 사이인데 일정 등이 엇갈려서 함께하지 못했어요. 그런데도 꾸준하게 출연 요청을 해주셨고 '모가디슈'로 함께하게 됐죠. 사실 '모가디슈' 대본을 읽자마자 '이렇게 무모한 이야기가 있나?' 생각했어요. '가능하냐'라고 여러 차례 묻기도 했죠."
 

'모가디슈' 한신성 역을 맡은 배우 김윤석[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33년 간 배우 생활과 영화 '미성년'으로 연출까지 경험한 김윤석인 만큼 '모가디슈'가 얼마나 어려운 길을 가려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해외 현지 촬영부터 미술 세팅, 현지 배우 섭외 등 하나부터 열까지 변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본을 읽고 '이게 영상으로 표현될 수 있나?' 걱정부터 했어요. 해외 현지 촬영도 그렇지만 소도시 반경 5km 내 미술 세팅도 해야 하고 건물이며 도로도 시대에 맞게 설정해야 하고 현지 배우들도 캐스팅해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닐 거라고 직감한 거죠. 그런데 그걸 류승완 감독이 해내더라고요. 오랜 시간 철저하게 계획하고 준비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밖에서 본 것과는 또 다르구나' 싶었죠. 하하하."

'모가디슈' 촬영 현장은 베테랑 배우 김윤석에게도 늘 새로움을 안겨주었다. 연기자로서도 연출자로서도 배울 점이 많았다.

"연출을 하고 보니 촬영 현장 속 감독, 제작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마어마한 인력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이건 감독만 잘해서 되는 일도 아니에요. 어마어마한 준비성과 점검, 그리고 추진력과 열정 등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울 점이 무궁무진했어요. '모가디슈' 제작자, 류승완 감독의 모든 모습이 제게 배울 점으로 남았어요."

그간 많은 대형 영화(블록버스터)에서 활약했지만, 연출작 '미성년'과 해외 현지 촬영을 한 '모가디슈'를 통해 새로운 점들을 깨닫게 된 모양이었다. 그는 '모가디슈'로 많은 걸 얻어간다며 연출자로서도 한 걸음 나아가게 되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아무리 덩치가 큰 이야기여도 결국 인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이렇게 큰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지도…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모가디슈' 배우 김윤석과 조인성[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윤석은 극 중 소말리아 한국 대사 한신성 역을 맡았다. 성공적인 외교를 통한 UN 가입, 그로 인한 승진까지 기대하며 외교전에 총력을 펼치는 소말리아 한국 대사관의 대사다. 3주만 버티면 한국에 갈 수 있었던 상황에서 갑작스레 발생한 내전으로 아내,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대사관 건물에 고립되고 만다. 위기의 순간에도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인정 넘치는 인물이다.

"영화 '바이러스' 촬영을 마치자마자 모로코로 끌려갔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일정이었죠. 확장하든 생략을 하든 오래 대본을 쓴 감독의 선택에 따르기로 했어요. 연기하면서 발견한 건 한신성의 인간성이었어요. 허점도 있고 나약한 지점도 있지만, 끝까지 협력하려고 애쓰죠. 그런 '인간 다운' 모습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어요."

'모가디슈' 속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펼쳐진다. 다양한 성격의 인물이 생존을 위해 하나로 뭉치는 과정이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 김윤석은 이들을 아우르는 인물인 한신성을 연기한 만큼 배우들 간 소통과 호흡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비열한 거리'를 보고 조인성에게 푹 빠졌었어요. 꾸미지 않고 담백한 연기를 좋아하는데 그의 연기가 딱 그렇죠. 실제로 만나보니 원체 담백한 사람이더라고요. 꾸며서 나오는 게 아니라 원래 가진 담백함에서 출발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허준호 형은 모로코에 가기 전 한 번 만났는데 '황해'를 보고 저의 팬이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형이 잠깐 연기를 쉬는 동안 '황해'를 보았고 '다시 연기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했어요. 어찌나 감동적인지…. 실제로도 림용수 대사 같은 사람이라 현장에서도 본받을 게 많았어요."

영화의 자랑인 자동차 추격신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찍을 때도, 완성본을 보고서도 "정신이 멍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991년도 시대상에 맞게 차를 섭외해야 해서 굉장히 귀했죠. 거친 자동차 추격신을 찍어야 하는데…. 차 뚜껑을 열고 찍고 다시 용접해 닫아놓기도 했어요. 구하기가 어려운 차라서요. 하하하. 완성본을 보는데도 가만히 앉아서 보기가 힘들더라고요. 실감 나게 잘 촬영되었다는 증거겠죠? 찍을 땐 총격전과 폭발음 속에서 귀가 먹먹해질 지경이었는데. 결과는 만족스럽게 나와서 기분 좋아요."
 

'모가디슈' 한신성 역을 맡은 배우 김윤석[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총제작비 255억원의 대작. '여름 시장'을 겨냥한 작품으로 '천만 관객'도 노려볼만한 작품이지만 코로나19 범유행으로 극장 상황이 어려워졌다. 김윤석은 힘든 시기 영화를 개봉하게 된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영화 촬영할 때만 해도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어요. 예전이었다면 일반 시사회도 많이 열고 무대 인사도 자유로이 다녔을 텐데. 관객과 직접 만나지 못해 아쉬움이 남기도 하죠. 다행히 지금까지는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관객들의 '입소문'을 기대 중이에요. 그 힘을 믿어요. '모가디슈'가 그런 영화가 되길 바라고요."

인터뷰를 마치며 김윤석은 '모가디슈'를 만날 관객들과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코로나19로 극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런데도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관객과 만날 거란 희망을 품고 있었다.

"이런 시대가 오게 될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극장은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가 인기고 얻어가는 게 다르더라도 공생하게 된다면 더욱더 멋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우리가 바라는 건 관객이 극장에 오셔서 돈 아깝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 거예요. 두 시간을 책임질만한 몰입감과 시원함을 갖추고 있으니 올해 피서지 선택으로 '모가디슈'를 찾아주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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