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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반도체에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 - Winter is Coming)
"경제가 목표를 항해 진전을 이뤘다"(The economy has made progress toward these goals)
태평양을 건너온 이 두 문장이 최근 코스피를 폭락장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문제는 국내 증시에 부정적일 수 있는 3가지 이벤트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오는 26일로 각각 예정된 '잭슨홀 미팅'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인상 여부, 이에 더해 달러화 자산의 가치 상승에 따른 추가적인 환율 인상이라는 그림자가 8월 넷째주 증시에 어른거린다.
결정타는 18일 공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7월 의사록에 담겼다. 이 문장은 올해 글로벌 증시에 호재였던 무제한 양적완화(QE)의 종료 신호, 즉 테이퍼링(tapering)을 암시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그 여파로 8월 셋째 주 코스피는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달 코스피는 14거래일 중 10거래일을 하락세로 마감했다. 코스닥은 이미 1000선을 내줬고 코스피도 3000선 사수를 장담할 수 없다.
이번 주 역시 반등을 쉽게 낙관하기에는 불확실성이 깔린 한 주다.
잭슨홀 미팅, '테이퍼링' 불확실성 떨쳐낼 발언 나올까
우선 오는 26일부터 이틀 동안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 및 경제전문가들과 함께 심포지엄을 연다. 바로 '잭슨홀 미팅'이다. 이 행사에 참여한 주요 경제학자와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발언은 그동안 시장에서 큰 영향을 끼쳐왔다.
가장 큰 관심사는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미 연준의 테이퍼링이 언급될지 여부다. 포인트는 7월 FOMC 이후 미국 경제 상황의 변화다.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면 테이퍼링 실시가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FOMC 이후 미국에서도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며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됐다"며 "하루에 10만명대의 신규 확진자 수가 나오면서 소비심리가 급락해 경제지표가 예상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미국의 백신 접종률을 감안하면 경기 펀더멘털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돌파감염 비중은 평균 1.7% 수준에 불과하고 백신 접종 완료 비율이 50%를 상회하고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테이퍼링만 놓고 본다면 현재 증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늘어나 7월 FOMC 당시보다 경제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못한 점은 테이퍼링을 연기할 수 있는 호재다. 반면 백신 접종률이 늘고 돌파감염 비중이 낮다는 점은 테이퍼링을 앞당길 수 있는 이슈다.
그리고 이런 불확실성 자체가 테이퍼링의 실시 유무보다 증시에는 더 큰 악재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잭슨홀 미팅에 많은 관심이 쏠리겠지만 테이퍼링에 대한 정보가 더 명확해지지는 않을 듯하다"며 "이런 불편한 상황은 당분간 시장 활력을 제한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테이퍼링의 확실한 실시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불확실성 자체가 증시에는 부정적이라는 얘기다.
금통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높아…증시 유동성 어쩌나
이번 주 증시에 영향을 끼칠 다른 이벤트는 오는 2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다. 기준금리는 증시의 유동성을 좌우하는 중요 이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위험도가 높은 증시의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쏠릴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장기적으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 불균형 심화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중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가계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44조원 늘어났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는 2.6%로 한은의 물가 목표치 2%를 상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에는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빼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7월 금통위부터 조짐은 보였다. 당시 7명의 금통위원 중 1명이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낸 바 있다.
회의 직후 이주열 한은 총재도 "경기 회복세, 물가 오름세 확대,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8월 금통위부터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검토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75%로 25bp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코로나 19 확산과 그에 따른 조치가 백신 보급과 학습 효과 덕분에 경기 회복세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자영업자를 비롯한 취약 계층의 경제 여건이 나아지지 못했기 때문에 금리 인상 시 소득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어 한은의 고민도 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정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금리를 동결하면 내외 머니마켓 금리 차이에 따라 환율 상승을 유발할 수 있어 차후 통화당국의 정책 정상화를 더 어렵게 할 전망""이라며 "이번뿐만 아니라 총재 임기 내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환율 11개월만에 최고치… 외국인 수급 개선 "글쎄"
환율 역시도 증시에 우호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장 대비 3.4원 오른 달러당 1179.6원에 마감해 1180원에 근접했다. 11개월 만의 최고 기록이다.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이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를 경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기술주 규제와 대출우대금리(LPR) 동결 등이 아시아 통화 약세를 심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미·중 소비재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시장의 약세를 자극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원화 약세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게 대체적 관측이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산업규제를 완화하고 통화 스탠스에 변화를 줘야만 원화 강세를 기대할 수 있다"며 "연말에 접어들어야 내년 경제정책 변화가 기대되므로, 당장의 외국인 수급 기대는 낮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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