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절벽과 금리 인상이 미친 집값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 이번 정부 들어 대출 문을 지속적으로 좁히는 등 내 집 마련의 문턱을 높이고 있지만, 집값은 여전히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값은 6주 연속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쉬지 않고 내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속도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에 시행된 금리인상이 집값에 미칠 영향은 적더라도, 가파른 상승세가 지속되면 수년간 이어진 주택시장 호황이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넷째 주(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0.21%에서 0.22%로 오름폭을 키우며 주간 기준으로 2018년 9월 셋째 주(0.26%)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아파트값도 0.40% 오르며 지난주에 이어 부동산원이 주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맷값은 지난달 중순부터 6주째(0.32%→0.36%→0.36%→0.37%→0.39%→0.40%→0.40%) 큰 폭의 상승세가 이어지며 올해 누적 상승률이 11.11%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5.21%)의 2배 수준이다.
'국평(국민평수)'이라고 불리는 전용 84㎡ 아파트값이 초고가 주택을 가르는 기준인 15억원을 돌파하는 거래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25개구 가운데 전용 84㎡ 기준으로 15억원을 넘긴 지역은 총 19곳에 달한다.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전면 대출 금지에도 시장은 눈도 깜짝 않는 모습이다.
시장은 금리 인상이 이러한 집값 폭주를 멈추게 할 수 있을지에 주목한다. 부동산 투자는 특성상 대출 등 레버리지 의존도가 높아, 금리가 인상되면 주택시장의 수요가 위축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상 폭이 크지 않고 전세 시장 불안 등 다른 요인도 많아 집값이 안정되고 하락으로 돌아설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등 개인대출의 수준에서는 0.25% 포인트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부담하는 이자액이 약간 늘어나는 정도에 그친다"며 "이는 충분히 개별 가계,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고 봤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도 “금리 인상이 집값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맞지만,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금리 자체보다 공급부족과 규제완화 등 다른 요인에 따른 영향을 더욱 크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금리는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당분간 인상 기조가 유지되기 때문에 추후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 있다.
양지영 R&C 연구소 소장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입주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기와 맞물리면 집값은 크게 조정 될 수 있다"면서 "금리인상에 따른 레버리지 등을 이용한 부담스러운 투자는 위축되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과도한 부채를 가진 사람들은 부동산 등 자산에 대해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금융권의 대출 한도 축소 등 움직임에 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이자 부담으로 주택 거래가 줄고 집값 상승 폭이 둔화하는 영향도 있을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인상으로 종전보다 주담대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서 낮은 이자를 활용한 주택구매와 자산투자가 제한될 것"이라며 "투자수요가 감소하면 주택 거래량이 줄고 가격 상승 속도도 둔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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