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반값등록금·월세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청년정책을 내놓은 데 이어 각 부처에 청년 전담기구를 신설, 인력을 충원하기로 했다. 고용·주거 등 여러 분야에서 청년 고충이 심화한 가운데 시기적으로 속 보이는 처사라는 의견이 나온다. 기구·업무 중첩성은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 말기에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무조정실과 행정안전부는 31일 기획재정부 등 9개 부처 직제 일부개정령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 개정령안은 기재부, 국토교통부 등 4개 부처에 '청년정책과'를 각각 신설하고, 교육부, 행정안전부 등 5개 부처에 전담인력을 두는 것을 골자로 한다. <관련 기사: 본지 8월 13일자 [단독] 대선 다가오자 ‘4개 부처 청년조직’ 신설한다는 文정부>
이번 직제 개정은 지난해 8월 제정된 '청년기본법' 후속조치로, 내달 7일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청년세대 취업난과 주거 불안정 등을 해소하는 정책역량 강화 차원에서 청년 전담기구·인력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부처별로 청년정책 총괄·조정, 과제 발굴·실태 조사, 범부처 협력 등 청년정책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기재부·국토부·중소벤처기업부·금융위원회 등 4개 부처마다 청년정책과가 생기고, 4명씩 인력이 충원된다. 해당 과는 부처 성격별로 △범부처 청년경제정책 지원(기재부) △맞춤형 주거정책 추진을 통한 청년층 주거불안 해소(국토부) △청년창업 지원·활성화, 고용 촉진(중기부) △청년 금융생활 지원(금융위) 관련 정책을 추진한다.
교육부·행안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는 청년정책 전담인력을 3명씩 투입해 특색에 맞는 청년정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교육부는 대학생 맞춤형 교육·취업지원, 행안부는 청년을 통한 지역 활성화에 역점을 둔다. 문체부는 문화·체육·관광 분야 청년정책 조정, 문화 분야 청년인재 양성과 문화 향유 지원 등에 힘쓴다. 복지부와 노동부는 각각 맞춤형 청년 보건·복지정책 발굴을 통한 청년안전망 강화, 청년 고용정책 효과성 제고 등에 주력한다.
정부는 청년 전담기능 강화를 통해 부처별로 증가한 관련 업무량을 덜고, 그동안 산발적으로 추진되던 청년정책이 종합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미 국조실에 청년정책조정실이 있는 데다 부처별 청년정책과를 통솔할 컨트롤타워 역할을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제기된다. 예산을 다룬다는 이유로 기재부가 그 역할을 맡는다면,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홍준형 서울대 국가전략위원장은 "청년 문제 심각성과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전담기구(과)를 두려면 더 일찍 움직였어야 했다"며 "시기적으로 당장 효과를 내기 어려워 보여주기식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정부에서도 청년 문제는 중요하게 다루겠지만, 방식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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