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라 곳간이 비어간다며 우려를 표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홍 부총리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는 표현은 자극적이었다. 한국 재정은 선진국에 비해 탄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정 상황을 '곳간이 비어간다'고 표현해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쌀독이냐. (그렇게 표현한) 진위가 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홍 부총리는 전날 예결위에서 "곳간에 곡식을 쌓아두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고민정 민주당 의원 질의에 "의원님은 (곳간에 곡식을) 쌓아두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은) 비어가고 있다"고 받아쳤다. 이어 고 의원이 "(곳간이) 텅텅 비어 있느냐"고 되묻자 홍 부총리는 "상당 부분 어렵다"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진위를 얘기하자면 국가 채무가 최근 코로나19 대응 과정에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총생산(GDP) 대비 수준은 선진국의 절반도 안 된다"며 "GDP 대비 채무가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고 이를 우려하는 대내외 시각이 많아 그런 측면을 같이 경계하면서 재정이 제 역할을 해야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홍 부총리는 표현을 정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그것(곳간이 비어간다는 표현)에 대해 고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며 "재정은 선진국에 비해 탄탄하지만, 정부로서는 건전성 문제도 굉장히 고민하면서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 당국 수장인 홍 부총리가 불과 하루 만에 재정건전성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에 휘둘려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 부총리의 발언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비판을 쏟아냈다. 야권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라 곳간 거덜 내고 유체이탈 화법을 쓰고 있다"며 "나랏빚 1000조원의 하수인 홍남기 부총리님, 국민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돈이 어디로 쓰이는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홍 부총리는 "올해 금리가 한 번 인상됐지만, 한 번에 그칠 것 같지 않다"며 "소상공인, 고용 취약계층을 포함해 대책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종합정책질의에서 양경숙 민주당 의원이 "소상공인 등은 금리를 올릴 때마다 연체율이 높아지는 만큼 금리 인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이같이 답했다.
홍 부총리는 "금리 인상에 대해 선제 대응의 중요성이 강조된다"며 "금리 인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정부가 재정지원 방안을 강구하면서 병행할 것"이라고"고 밝혔다. 이어 "작년과 올해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면서 기업들의 대출도 굉장히 늘었다"며 "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됐지만, 역대 최저금리로 유지한 만큼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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