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양극화] '디지털금융' 비중 갈수록 커지는데…고령층은 키오스크·모바일앱도 낯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아휴, 뭘 이렇게 입력하라는 게 많아. OTP 번호는 또 뭐야. 됐어, 관둬."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63세 A씨는 모바일뱅킹 사용을 오늘도 포기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지 않은 A씨에겐 모바일뱅킹은 낯설기만 하다. 집주변 은행지점이 최근 폐점한 탓에 주거래 은행을 이용하려면 버스를 타고 두 정거장을 더 가야 이용할 수 있다. 오가는 데만 1시간이 소요된다. 

최근 은행권의 디지털금융 서비스가 고도화하면서 A씨와 같이 디지털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층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을 통한 일평균 자금이체 및 대출신청 서비스 이용 건수는 총 1333만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95% 증가했지만, 고령자와 장애인의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의 모바일뱅킹 이용 비율은 13.7%에 그쳤고 인터넷뱅킹 이용도 60대가 14%, 70대 이상은 4.3%에 불과했다.

스마트폰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고령층도 많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60대의 89.7%는 모바일 스마트 기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70대 이상의 경우 일반 국민의 절반 수준인 44.9%만 모바일 스마트 기기를 보유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60대 이상 고객 이용자수는 △NH농협은행 932만명 △KB국민은행 756만명 △신한은행 615만명 △하나은행 481만명 △우리은행 510만명으로 총 3294만명에 해당한다. 이들은 전체 은행 이용자의 약 21%에 해당하는 고객이다. 

그러나, 고령층이 주로 이용하는 은행 지점은 계속해서 줄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이 7월 한달간 폐쇄한 영업점은 60곳에 달했다. 상반기 폐쇄한 지점(51곳)을 넘어선 수치다. 영업점 축소는 연말까지 이어진다. 시중은행의 계획대로 통폐합이 진행된다면 올해 200여곳을 정리하게 된다. 지난해에도 4대 은행은 222개 지점을 폐쇄했다. 국민은행 79개, 하나은행 73개, 우리은행 53개, 신한은행 17개 등이다. 

일부 은행은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AI 키오스크를 만들어 AI 은행원이 업무 지원을 한다지만, 키오스크 역시 고령층에겐 생소하긴 마찬가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폐점은 코로나19로 빠르게 확산된 비대면 금융에 집중하고 지점 유지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라면서 "여전히 지점을 찾는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 마련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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