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초점] '오징어 게임'은 어떻게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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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1-10-01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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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늘의 TOP 10' 전체 1위에 오른 '오징어 게임' [사진=넷플릭스 제공]
 

정말이지 뜨겁다. 넷플릭스 제작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관객들을 홀리며 각종 유행을 끌어내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의 공동 최고 경영 책임자(CEO) 겸 최고 콘텐츠 책임자(CCO) 테드 서랜도스는 '오징어 게임'을 두고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테드 서랜도스는 지난 27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열린 '코드 콘퍼런스(Code Conference) 2021'에서 "대부분 국가에서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공개 후 9일이 지난 지금 추이로 보면, 넷플릭스 비영어권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각자의 사연을 가진 이들은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한다.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의 황동혁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이정재, 박해수, 오영수, 위하준, 정호연 등이 출연해 열연을 펼쳤다.

'오징어 게임'은 공개 직후 엄청난 반응을 끌어냈다. 국내는 물론 미주, 유럽, 아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K콘텐츠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 전체 1위에 등극한 것은 물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의 동남아시아와 카타르, 오만, 에콰도르, 볼리비아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또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9개 국가에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오징어 게임'의 시청 순위 상승은 놀라울 정도. 공개 다음 날인 18일 '오늘의 TOP 10' 평균 6.2위를 기록한 후 19일 4.1위, 20일 2.4위, 21일 1.9위, 22일 1.9위, 23일 1.6위, 24일 1.5위, 25일 1.2위, 26일 1.1위 등 가파르게 상승세를 탔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박해수, 이정재, 정호연 [사진=넷플릭스 제공]
 

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달고나 만들기' 등 '오징어 게임' 속 등장하는 한국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누리꾼들이 '오징어 게임' 속 게임이나 달고나 등을 직접 즐기며 2차 콘텐츠까지 양산하고 있는 상황.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는 '달고나 키트'를 판매 중이고 핼러윈날을 겨냥한 '오징어 게임' 의상도 인기를 얻고 있다.

황동혁 감독은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이렇게까지 잘 될 줄 몰랐다"라며 얼떨떨하다고 털어놓았다. 제작 당시에는 넷플릭스 '오늘의 TOP 1위'에 오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실제로 벌어지니 어안이 벙벙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황 감독은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도 그랬지만 '오징어 게임'은 그중 가장 모험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중간은 없겠구나' 싶었다. 누군가에게는 '망한 작품'이라 불리고 누군가에게는 '걸작'이라 불리겠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호오'가 강할 거라고 본 거다. 부담이 컸던 작품"이었다며 그런데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꿈인가 생시인가 싶다"라고 털어놓았다.

해외 매체들도 '오징어 게임'에 집중했다. 미국 유력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한국 특유의 감수성과 세계인의 보편적인 감정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인기 요인으로 꼽았고 '블룸버그'는 "한국 창작자들은 미국 중심의 할리우드와 경쟁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 능력을 입증했다. 한국의 콘텐츠가 할리우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은 어떻게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걸까? 황 감독은 극 중 사회문제가 한국만이 아닌 세계적인 문제기 때문에 공감을 얻을 수 있었으며 ,극 중 생존 게임이 접근성이 쉬웠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황 감독은 "넷플릭스와 제작을 결정했을 때 '세계 관객들도 함께 즐길 만한 게임으로 (이야기를) 꾸려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극 중 생존 게임들은 주로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들이다.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우므로 접근성이 좋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이들의 게임을 어른들이 목숨 걸고 한다는 게 흥미를 자극했을 거고 이런 점들을 외형적으로도 돋보일 수 있게끔 색감이나 세트장 구현에도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세상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전 세계적으로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졌기 때문에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던 것 같다"고 거들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제공]
 

또 만화·영화·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데스 게임(Death Game, 인간의 목숨이 걸린 게임을 소재로 하는 것이 특징)'을 다뤄왔지만 '오징어 게임'은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을 마냥 선량하거나 영웅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도 호평을 얻는 부분 중 하나였다.

황 감독은 "그 부분이 바로 기존 '데스 게임' 장르와 '오징어 게임'의 차별점"이라며 "'오징어 게임' 안에는 영웅이 없다. 보통 똑똑하게 게임을 헤쳐나가고 누군가 세상을 구하는 전개로 흘러가지만 기훈(이정재 분)은 많은 운이 따르고 남의 도움을 얻어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똑똑하고 잘난 영웅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패배자일 수밖에 없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주연 배우인 이정재는 세계적 인기의 이유로 "독특한 부분이 많아서인 것 같다"라며, "독특한 콘셉트를 가졌고 사회문제나 인간 군상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졌다고 생각한다. 황 감독이 2008년 시나리오를 집필했을 때는 공감을 얻지 못했던 이야기가 2021년에 많은 이에게 공감을 얻게 됐다. 시기적으로도 맞닿은 부분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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