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시간표] 美 반도체 투자 세부계획 발표 초읽기…그룹 큰 그림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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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1-10-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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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추진 중인 새 반도체 공장 구축 관련 구체적인 계획이 이르면 이달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추진해온 ‘뉴삼성’과 맞물려 회사 전체의 큰 그림이 함께 공개될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미국 내 다수의 후보지를 놓고 새로운 공장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공장이 들어설 지역이 조만간 공개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도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윌러엄슨카운티를 미국 내 두 번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로 선정할 것이라고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윌리엄슨카운티가 전력·용수 공급 등 인프라 안정성 측면에서 삼성전자 제2공장 부지 경쟁에서 앞서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윌리엄슨카운티 산하 테일러시는 지난달 8일 윌리엄슨카운티와 합동회의를 열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미국 내 첫 번째 파운드리 공장인 텍사스 오스틴시 인근에 있는 테일러시는 신규 파운드리 공장이 들어설 유력한 후보지 중 한 곳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아직 부지 선정 작업이 진행 중이며 최종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170억 달러 투자’ 이후 4개월 이상 침묵하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제2의 파운드리 공장을 구축하기 위해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170억 달러라는 구체적인 투자 규모가 공개된 이후 4개월이 넘도록 추가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와 오스틴, 애리조나주 굿이어와 퀸크리크, 뉴욕주 제네시카운티 등 미국 내 다수의 지역과 부지 선정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올 뿐, 삼성전자는 신규 반도체 부지와 관련해 4개월 이상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인센티브 등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의사결정을 늦추면서 각 지역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20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결정이라는 점을 들어 이 부회장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근거로 올해 상반기 내내 “이 부회장이 없는 삼성전자는 미국 내 신규 반도체 공장과 관련한 구체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고, 이후 미국 현지에서 삼성전자 신규 파운드리 공장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르면 이달 내에 미국 출장길에 올라 신규 반도체 공장 구축 계획을 최종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현장을 직접 방문해 공장 설립을 확정하고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이 부회장은 매주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데, 때마침 7일에는 예정된 재판 일정이 없다. 따라서 지난달 30일 공판을 마친 이 부회장은 12일로 예정된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 관련 공판 전까지 ‘자유시간’을 갖게 되는 셈이다. 이 시기를 활용해 이 부회장이 해외 출장길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압박 강화하는 미국 정부...업계 시선은 삼성전자로 쏠려
미국 내 신규 반도체 공장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이유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점검을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해 완성차 공장이 멈춰 서면서 각국 정부는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내로 끌고 들어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4월과 5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반도체 회의’를 개최하며 글로벌 반도체 업계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월 개최된 첫 번째 반도체 회의에 직접 참석해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며 “이 웨이퍼는 (미국의) 인프라”라며 “우리는 과거의 인프라를 고치려는 게 아니라 미래의 인프라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예고 이후 4개월이 넘도록 구체적인 그림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미국 현지와 한국에서 갖가지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부족 사태와 관련한 투명성을 명분으로 내부 정보를 요구하는 등 업계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을 대상으로 매출과 수주·재고 현황, 고객 정보 등을 묻는 설문조사 문항을 발송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업체들에 다음 달 8일까지 ‘자발적으로’ 설문조사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업계에서는 불참했을 때의 불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반도체 공급망 화상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든 채 발언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조직개편, 사장단 인사 등...‘뉴삼성’ 큰 그림도 공개되나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 신규 반도체 공장 부지 선정 등 삼성전자의 중요한 의사결정과 보조를 맞춰 사장단 인사를 빠르게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보고서 작성이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진 것도 ‘조기 인사설’에 힘을 싣는다.

지배구조 개편,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뉴삼성’ 체제 등 이 부회장의 복귀에 걸맞은 변화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어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설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18년 발표한 미래성장사업인 인공지능(AI), 5G, 전장용반도체, 바이오는 산업계에서 더 이상 미래 먹거리가 아닌 ‘현재 사업’으로 취급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미래형 신사업으로 어떤 아이템을 눈여겨보고 있는지도 조직개편 등을 통해 구체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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