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미래 건강상태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현재 정확도를 90%까지 높였으며, 향후 여러 의료기관의 환자 정보를 통합해 비대면 협진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여러 병원에 구축된 의료지능을 통합해 환자 현재 상태를 분석하고 미래건강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주치의 '닥터 AI(Dr. AI)'를 개발했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의료 인공지능을 통한 비대면 진찰 필요성 역시 커지고 있다. 의료지능 시스템 학습을 위해서는 각 병원 전자의무기록(EMR)을 직접 통합해 환자별 의료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의료법·제도상 한계가 있다.
ETRI가 개발한 닥터 AI는 EMR을 통합하는 대신 각 병원 내부에 구축된 EMR 기반 의료지능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앙상블)으로 진료를 돕는다. 즉, 민감정보에 직접 접근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기관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닥터 AI에 환자 현재 정보를 입력하면 각 기관 의료지능이 개별 분석한 뒤 결과치를 통합하고 오차를 조정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예측한다. 시험 결과 단일기관 의료지능만 활용하는 경우보다 10% 정도 높은 정확도를 나타냈다. 이는 의료지능마다 병원 특성에 따른 환자군 데이터가 달라 예측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기관별로 다른 데이터를 학습한 의료지능과 협진하는 방식으로 정확도를 끌어올렸다. ETRI는 서울아산병원, 울산대병원, 충남대병원과 함께 약 74만명의 심혈관계 질환자 EMR을 이용해 예측 정확도를 90% 이상까지 확보했다.
특히, 환자가 어느 병원을 방문하든 닥터 AI가 구축된 전국 병원에서 가장 적합한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의 미래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지역 검진센터에서 진단하는 호흡계 만성질환을 닥터 AI로 분석할 경우, 심혈관계 데이터가 있는 대형병원 의료지능을 활용해 상세한 분석과 예측이 가능하다.
ETRI는 병원마다 의료지능을 구축해 사람 많은 사례를 딥러닝으로 학습시키고, 유사한 사례도 적극적으로 예측에 활용할 계획이다.
최재훈 ETRI 책임연구원은 "환자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풍부하지 않은 1, 2차 병원뿐만 아니라 대형병원 역시 환자군이 다른 병원의 의료지능을 동시에 활용해 협진과 같은 효과를 도출할 수 있다. 이로써 의료 수준의 상향 평준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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