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전망이 한 치 앞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청약은 여전히 불장이다. 집값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로또’로 통하는 새 아파트의 강점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다만, 내년부터 시행되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잔금대출이 포함되는 등 분양시장의 대출 문까지 좁아지면서 ‘묻지마 청약’이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분양시장도 현금부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시각이다.
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무더기 미계약으로 나왔던 서울 ‘나 홀로 아파트’의 무순위 청약(줍줍)들이 적게는 수십대 일, 많게는 수백대 일에 달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스카이아파트’는 지난달 20일 진행된 2차 무순위 청약 22가구 모집에 608명이 몰리며 최고 경쟁률이 40.33대 1을 기록했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 8월 분양 당시 43가구 1순위 청약에 994명이 몰렸지만,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면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이들 서울 나 홀로 아파트들이 무순위 청약에 모습을 드러내자, ‘불패신화’를 이어가던 청약 시장의 열기가 수그러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여전히 서울 청약 시장의 인기는 지속되는 모습이다.
실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수도권의 경우 1월 1일~10월 27일 3만 8886가구 모집에 124만 8863개 통장이 누적 접수되며 평균 경쟁률이 32.1대 1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수도권 아파트 청약 경쟁률 29.5대 1보다 높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나 홀로 아파트는 커뮤니티 시설 등을 기대하기 어려워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진다”면서도 “자금 마련 계획 없이 묻지마식 청약을 넣었다가 당첨되니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아파트는 로또로 통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두드러지게 하락하기 전까지는 인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약 시장에서도 오피스텔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입지가 좋은 오피스텔은 청약 경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의 모습이다. 지난 6월 경기도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한 '동탄2신도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 오피스텔은 평균 82.9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8월 분양한 경기도 남양주 '다산역 데시앙' 역시 531실 모집에 9022건이 접수돼 평균 경쟁률 16.99대 1을 기록했다.
그러나 내년 1월부터 분양아파트와 오피스텔에도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이 예정된 만큼, 청약시장의 경쟁률이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아파트의 경우 중도금 대출은 DSR 적용에서 제외됐지만, 잔금대출은 적용을 받는다. 다만, 잔금대출의 경우 차주별DSR 적용 시행일 전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한 단지에 한해서는 현재의 규정을 적용키로 해 연내 분양을 받는 아파트들은 DSR 적용을 피할 수 있다.
오피스텔 등 비(非)주택담보대출도 DSR에 포함되기 때문에, DSR 규제를 피해 아파트 대신 오피스텔을 구입하려는 수요도 막힐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DSR 적용을 피한 것은 보금자리론 등 정책서민금융상품과 전세대출 뿐”이라며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는 6억 원 이하 주택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 아파트와 오피스텔에 대해서도 대출규제가 강화되면 청약시장도 현금 부자들만의 장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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