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韓·日 갈등에 美 베이징올림픽 보이콧까지...동력 잃는 임기말 文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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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21-11-1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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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건 외교부 1차관(왼쪽)이 17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모리 다케오(森 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회담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임기말 외교 과제가 돌파구를 못 찾고 표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제안한 '종전선언' 실현을 위해 외교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추진 시기와 조건 등에서 한·미 간 이견이 거듭 드러나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악화된 한·일 관계 역시 임기 내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측은 경찰청장의 독도방문을 문제 삼아 17일(현지시간) 예정됐던 한·미·일 공동 회견 불참을 선언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대중(對中) 견제를 위한 3국 동맹을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 주도 무대에서 꼬일 대로 꼬인 양국간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 독도 몽니로 공동회견 불참한 日...더 얼어붙은 한·일 관계 

당초 이날 오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제9차 외교차관협의회'를 한 후 오후 2시 공동 회견을 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대표만 홀로 참석했다. 

이날 공동 회견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 취임 이후 첫 한·일 차관급 만남이라는 점에서 주목됐지만 회견 이후에도 양국은 기존 입장을 강조하며 냉랭한 양국 관계를 부각시켰다.

셔먼 부장관은 "한동안 그랬듯이 일본과 한국 사이에 계속 해결돼야 할 일부 양자 간 이견이 있었다"며 "이견 중 하나가 오늘 회견 형식의 변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 3자 회담은 우호적이고, 건설적이며, 실질적이었고 3시간 이상 지속됐다"며 봉합을 시도했다.

다만 외교부는 회담을 통해 한·일간 주요 현안과 상호 관심사에 대해 진솔하게 의견을 교환했다면서도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본의 어떠한 주장도 수용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라며 "일본을 포함해서 어느 누구도 독도에 대해서 부당한 주장을 제기할 수 없고, 부당한 주장이 제기된다고 해도 우리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독도에 대한 일본의 부당한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 나간다는 우리 정부 입장에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강조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3국 공동회견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의 영토라는 점 다시 강조한다"며 "만일 그런 이유(경찰청장의 독도 방문) 일본이 불참한 게 사실이라면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도 "이번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를 둘러싼 사안에 대해 우리나라의 입장에 비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한국 측에 항의하는 가운데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독도 경비 총책임자인 김창룡 경찰청장은 16일 헬기를 타고 독도와 울릉도를 방문해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독도 경비대원들을 격려했다. 치안총감이자 차관급 인사인 경찰청장이 독도를 찾은 것은 12년만에 처음이다.

애초 김 청장의 독도 방문은 비공개로 추진된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의무경찰제 폐지에 따라 올 초 독도경비대가 전원 일반 경찰로 바뀐 만큼 치안총수가 현장 경비대원들을 격려하고, 해양경계과학화 사업 진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차원의 방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영상 경북처장도 지난달 21일에는 제76주년 경찰의 날을 맞아 독도경비대를 찾아 경비대원들을 격려했고, 김 청장도 올해 5월 가거도 등 도서 지역을 방문하기도 했기 때문에 정부는 일본 측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무 협의 과정에서 김 청장의 일정이 비공개였기 때문에 외교부 등 관계부서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17일(현지시간) 한미일 차관협의회가 끝난 후 국무부에서 회견하고 있다. 당초 회견은 한미일 공동회견으로 열릴 예정이었지만 셔먼 부장관만 참석했다. [사진 = 연합뉴스]


 
◆ '종전선언' 언급 피한 美...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고려  

종전선언도 한·미 간 시각차만 드러내며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내년 개최되는 베이징(北京) 동계올림픽을 ‘외교적 보이콧’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남북미', '남북미중' 4자간 협상을 통한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어 바이든 대통령이 베이징 동계올림에 불참할 경우 대북 구상에도 먹구름이 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양국이 종전선언 추진을 위한 문안 협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 정부는 '종전선언' 언급을 꺼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 차관은 셔먼 부장관과 16일(현지시간) 회담을 갖고 "종전선언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으나, 미 국무부가 내놓은 보도자료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만 담겼을 뿐 종전선언은 언급되지 않았다.  

외교부는 전날 보도자료에서 "양 차관은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 방안에 대해 각급에서 소통과 공조가 빈틈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평가하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견인하기 위한 실질적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보도자료에는 종전선언에 대한 언급 없이 "양측은 북한 문제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공동 약속을 논의했다"고 담겼다.  

또한 이날도 셔먼 부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종전선언을 둘러싼 이슈와 관련해 '만족한다(satisfied)'"고 밝혔지만, 종전선언보다는 '비핵화 협의' 자체를 의미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셔먼 부장관은 '종전 선언(end-of-war declaration)'이 아닌 '종전 성명(end-of-war statement)'이라고 표현한 점도 주목된다. 

미국 정부가 종전선언이 가져올 정치적 파장과 안보 차원의 영향을 우려해 선언보다 낮은 차원의 '성명'을 고려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 명의 발표문을 통해 "(셔먼) 부장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미국, 일본, 한국의 긴밀한 협의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야기하는 위협에 대응하려는 그들의 의도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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