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과 가족’, ‘겨울나무’, ‘오늘부터 1일’, ‘엄마.엄마.엄마.’, ‘봄정원’
지난 1월 21일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개막한 문성식 작가 개인전 ‘Life 삶’에 전시된 작품 제목들이다.
평범한 일상을 닮은 평범한 제목들이다. 평범해 보편적이기도 하다. 일상, 동물, 식물을 담은 작품 앞에 서 있는 관람객은 각자의 삶 중 어느 순간이 스쳐 지나가는 느낌을 갖게 된다.
‘겨울산’이라는 작품을 보니 한겨울이라 잎이 모두 떨어졌지만 잔가지가 무성한 나무가 빼곡히 있어 포근하게 느껴졌던 겨울산이 불현듯이 떠올랐다. 전시 ‘Life 삶’은 ‘나의 삶’을 바라보게 했다.
이번 전시는 2011년, 2019년에 이어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이다.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 닿은 일상의 장면들, 주변 동물과 식물 등의 모습을 표현한 약 100여 점의 유화 드로잉 신작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2019년부터 진행해온 대형 장미 연작 ‘그냥 삶’의 신작, 그리고 지난 2021년 전남 수묵 비엔날레에 선보인 ‘그저 그런 풍경: 땅의 모습’ 연작 중 1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문성식 작가는 21일 열린 간담회에서 “있는 그대로, 생긴대로 좀 더 평소처럼 그리자는 생각을 했다. ‘자유로운 마음으로 놀자’는 마음으로 비교적 빨리 2년 만에 전시를 열게 됐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마음에 걸리는 일상을 작품에 담았다. ‘아름다워서’, ‘퍽퍽해서’, ‘의미 심상해서’ 등 각각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달랐다. ‘정원과 가족’이라는 작품에는 어머니 칠순을 기념한 식사 자리에서 가족끼리의 다툼으로 인한 복잡한 마음을 담았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함께 공존하는 삶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그의 작품을 오랜 시간 바라보게 됐다.
문 작가는 복잡한 일상을 단순한 도구에 담았다. ‘Life 삶’ 전시의 대다수의 작품에는 연필이 주재료로 사용됐다.
대학 시절부터 연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문 작가는 “연필은 회화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재료로, 즉흥적이며 소박하다. 이는 과장 없고, 꾸밈이 없는 저의 성격과 닮은 것 같다. 그림은 작가의 습성과 닮아 있다. 연필의 매력은 의식의 명령을 손이라는 매개를 거쳐 왜곡 없이 솔직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신작 역시 대부분 두껍게 바른 유화 위에 연필로 그 바탕을 긁어내는 그림을 그리는 ‘유화 드로잉’으로 구성됐다.
국제갤러리는 “작가는 연필과 유화 간의 마찰에 주목한다. 연필과 유화는 그 물성이 쉽게 섞이지 않아 표면의 저항을 만들기 마련인데, 이때 힘을 주어 긁어내는 행위로써 대변되는 작가 의지를 그 저항에 반복적으로 투여하는 일종의 수행성이 발현된다”라고 짚었다.
문 작가는 “가장 나다운 그리기이다. ‘’휘두름‘을 통해 근원적인 부분에 도달하고 싶다”라며 “유화는 종이보다 실질적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문성식 작가는 198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1998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수학했다. 그는 2005년에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 최연소 작가로 참여하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개인전으로 국제갤러리 ‘아름다움. 기묘함. 더러움.’(2019)와 ‘풍경의 초상’(2011), 두산갤러리 ‘얄궂은 세계’(2016), 키미아트 ‘바람없는 풍경’(2006)이 있으며, 그 외에 아르코미술관 ‘그 가운데 땅: 시간이 펼쳐져 땅이 되다’(2021), 하이트컬렉션 ‘인 블룸’(2021), 대구미술관 ‘풍경표현’(2017), 금호미술관 ‘B컷 드로잉’(2017), 이탈리아 몬차 지오바니 비엔날레 ‘Serrone’(2011), 독일 보훔미술관 ‘유사한 차이’(2010), 체코 프라하비엔날레 ‘회화의 확장’(2009), 국제갤러리 ‘On Painting’(2007) 등 국내외 다수의 그룹전에도 참여했다. 주요 소장처로는 리움 삼성미술관, 두산아트센터, 하이트컬렉션, 소마미술관 등이 있다
문 작가는 “서정적인 것과 사실(다큐멘터리)적인 것을 교차하는 것을 좋아한다”라며 “비재현적인 내 스타일을 만들고 싶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전시는 오는 2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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