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리 "한국,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서 원리금보장형 안 빼면 일본처럼 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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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빈 기자
입력 2022-02-2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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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주민주주의 어떻게 만들 것인가' 세미나

  • 혁신기업 방해… 퇴직연금 개편안에 '쓴소리'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퇴직연금 제도 개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똑같이 겪으며 망한다."

동학개미의 멘토로 꼽히는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퇴직연금 제도 개편을 두고 쓴소리를 날렸다.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해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를 도입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원리금보장형을 선택지로 포함시키는 것은 금융문맹국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다. 또 현행처럼 퇴직연금이 원리금보장형에만 쏠릴 경우 한국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리 대표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 국민을 풍요롭게하는 주주민주주의, 어떻게 만들 것인가'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가 퇴직연금 제도 개편을 작심하고 비판하는 배경에는 지난해말 공개된 퇴직연금 개편안이 자리한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지시를 하지 않아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적립금을 운용해주는 디폴트옵션 도입을 결의했다. 그간 퇴직연금이 원리금보장형 위주로 운용돼 연간 1%대 수익률을 기록, 가입자의 노후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문제는 디폴트옵션 선택지 가운데 여전히 은행 예금 등 원금보장형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현재 고용노동부가 디폴트옵션 선택지를 마련하는 단계지만 100% 원리금보장형이 선택지에 포함될 경우 수익률 개선을 통한 노후보장 강화라는 목적이 훼손될 수 있어서다.

원리금보장형 선택지 유지가 한국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것을 넘어 일본처럼 장기불황을 야기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퇴직연금의 증시 유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혁신기업이 개화할 수 있는 생태계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기업이 탄생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다.

존리 대표는 "1991년 12월 재직하던 자산운용사에서 일본의 향후 전망에 대한 회의를 했는데 대부분 일본이 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일본은 초호황기였음에도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었던 셈"이라며 "이유는 일본의 자금 흐름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자금이 부동산이나 예금에 쏟아지다 보니 모험자본이 부족했고 혁신에 대한 도전이 실종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모험자본 공급 부족은 결국 혁신기업 실종으로 이어졌다"며 "일본은 이후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의 분야에서 세계시장의 선도자라는 지위를 빼앗겼고 장기 불황을 맞이했다"고 부연했다.

모범사례로는 미국을 제시했다. 미국은 401K라는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되면서 월급의 10%가 주식에 투자된다.

존리 대표는 "401K의 도입으로 혁신기업을 위한 생태계가 마련됐다. 현재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두 이 생태계 덕분에 태어날 수 있었다"며 "아이디어가 있으면 누구나 회사를 만들고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생태계야말로 성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한국의 퇴직연금 증시 유입비율은 세계 꼴지 수준이다. 과거의 일본과 똑같은 상황"이라며 "개인의 노후 보장은 물론 국가 경쟁력도 훼손되고 있음에도 퇴직연금 개정안은 여전히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형을 포함시키려 한다. 이것이 금융문맹국"이라고 일갈했다.

존리 대표는 마지막으로 "퇴직연금 개편안이 이대로 시행될 경우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애플 시가총액이 300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한국시장 시가총액은 2000조원에 불과하다"며 "변화가 없으면 한국은 정확하게 일본의 부진을 답습할 것이다. 과감하게 바꾸지 않는다면 선진국의 문턱에서 좌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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