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임준호 펫나우 대표, 반려동물 신원확인 AI로 '척척'…美시장 활짝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장문기 기자
입력 2022-03-15 05:2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반려동물의 유기·유실 없는 세상, 그리고 반려동물 펫(Pet)보험 대중화가 목표입니다. 보험을 통해 치료비 부담을 덜 수 있고 동물 유기 문제도 개선될 수 있죠.”

임준호 펫나우 대표는 인터뷰 서두에서부터 이 같은 회사의 비전을 강조했다. 펫나우는 스마트폰을 통해 반려동물의 생체정보를 간편하게 등록하고 신원을 확인하는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현재는 개 신원확인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지만 향후 고양이를 비롯한 다수의 반려동물 종으로 관련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펫나우 자체 분석에 따르면 회사의 비전은 앞으로 5년 이내에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날 전망이다.

2024년부터 관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해 2026년에는 미국 내 반려동물 중 2.8%에 해당하는 498만 마리가 보험에 가입하고, 펫나우도 그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AI 활용해 개 신원확인 간소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화된 반려동물 신원확인 방식은 ‘마이크로칩’을 삽입하는 것이다. 스캐너를 통해 마이크로칩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동물의 몸에 이물질을 삽입해야 한다는 점과 신원확인을 위해 스캐너가 필요해 불편하고 추가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개체별 특징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임 대표는 “5년쯤 전부터 AI를 활용한 사람 안면인식이 널리 사용되면서 이를 활용해 반려동물의 신원확인이 가능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여러 기업이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기술적인 난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부분 사업을 접었다”고 설명했다.

개의 개체마다 비문(鼻紋)이 다르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수의학계에서 검증된 내용이지만 펫나우를 비롯한 기업들은 수시로 움직이는 개의 비문을 제대로 찍을 수 없어 애를 먹었다. 데이터를 쌓는 게 AI 학습의 핵심인데 제대로 된 데이터를 확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펫나우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사진을 촬영하는 단계에서부터 AI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이 난관을 극복했다.

임 대표는 “앱에 탑재된 3개의 AI가 개 얼굴을 먼저 찾고, 거기에서 코를 찾은 뒤 자동으로 포커스해서 촬영한다”며 “마지막으로 AI가 이 사진을 인식에 사용할 수 있는지 검증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0.08초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코 사진을 찍는 데는 성공했지만 인식률을 높이기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임 대표는 “강아지 코가 선명하게 나온 사진을 제공하는 곳이 없어서 AI 학습이 불가능했다”며 “저희가 직접 유기동물보호소, 강아지 미용학원 같은 곳을 쫓아다니면서 6개월 정도는 개 코 사진만 모았다. 그렇게 2만장을 모았다”고 회상했다.
 
CES 최고혁신상 수상, 미국 진출 시기 앞당겨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개 비문을 활용한 신원확인 서비스를 개발한 펫나우는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기술전시회 ‘CES 2022’에서 소프트웨어&모바일 앱 부문 최고혁신상을 받는 쾌거를 거뒀다.

임 대표는 “우리 기술과 아이디어에 대한 세계인들의 평가를 받고 싶었다”며 “반려동물 시장규모가 가장 큰 미국에서도 냉정한 평가를 받고 싶었다”고 최고혁신상 도전 이유를 밝혔다.

파급효과는 상당했다. 임 대표는 귀국 이후 지금까지도 국내외 보험사, 정부 부처, 언론사 등과의 미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최고혁신상을 수상하고 언론에서도 주목받으면서 연락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대형 보험사·금융사와 플랫폼 기업 등에서 문의가 왔다”며 “몇년에 걸쳐서 진행하려고 계획을 세웠던 것들이 최고혁신상 효과로 인해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진출 시기를 앞당긴 게 고무적이다. 펫나우는 한국에서 1~2년 기반을 쌓은 뒤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CES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미국 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어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임 대표는 “미국의 시장규모는 한국의 100배인데 저희가 보유한 기술에 대한 호응이 상당했다”며 “올해 미국법인을 설립하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관련 투자를 유치해 본격적으로 사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2에서 임준호 펫나우 대표가 최고혁신상 상패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펫나우]

보험사에서 뜨거운 관심 보여...펫보험 대중화 기대
펫나우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곳은 보험사다. 반려동물 신원확인이 불가능해 펫보험 손해율이 높기 때문이다. 같은 종류의 강아지를 여러 마리 키우는 경우 한 마리만 펫보험에 드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게 주된 이유로 꼽힌다.

임 대표는 “한국과 미국의 펫보험 가입률은 각각 0.3%, 1.7%에 불과하다”며 “마이크로칩을 강제하는 스웨덴과 신원확인율이 90%를 넘는 영국의 펫보험 가입률은 각각 40%, 25%”라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의 신원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보험료 인하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반려동물의 신원확인이 가능해지면 품종별 질병, 각종 예방주사 접종 여부 등 체계적인 반려동물 관리가 가능해 다양한 통계·분석이 확보된다”며 “이를 근거로 펫보험 보장 범위 세분화, 진료비 표준화를 할 수 있고, 펫보험료 인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펫나우는 개와 함께 반려동물로 각광받는 고양이에 대한 신원확인 기술도 내년 초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임 대표는 “미국 내 강아지와 고양이가 2억 마리 가까이 된다”며 “고양이를 키우는 가구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고양이 신원확인 방법이 없다. 보험사에서도 고양이 대상 펫보험 설계를 위한 고양이 신원확인 서비스를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펫나우를 활용해 간단하게 개체 식별이 가능해진다면 동물등록제를 입법화하는 데도 강한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유기 동물을 줄이고, 주인 잃은 동물을 주인의 품으로 돌려주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CES 최고혁신상 효과로 인해 펫나우가 국가 동물등록제로 지정되는 데도 속도가 붙었다. 국회의원들이 펫나우 부스를 방문해 그 취지에 공감하면서다.

임 대표는 “저희의 취지에 공감한 국회의원들이 관련 정부 부처에 요청을 하셨다”며 “입법이라는 게 우리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서 향후 3~4년 정도 계획하고 있었는데, CES 이후 법제화를 위한 실무적인 회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려인이 반려동물과 보다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사회’라는 펫나우의 지향점을 강조하며 반려동물 소유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임 대표는 “반려동물의 신원확인은 보편적으로 사용돼야 유실·유기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며 “펫나우 앱에 반려견 비문을 등록하면 AI가 더 똑똑해지고 유기동물 없는 세상과 펫보험 대중화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C랩 출신...동반성장 효과 톡톡
펫나우가 이와 같은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수 있었던 데는 국내 대기업들의 지원도 한몫했다.

삼성전자의 C랩 아웃사이드, 포스코의 아이디어 마켓 플레이스 등에 선정되면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임 대표에게 좋은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C랩 아웃사이드 3기인 펫나우는 CES 2022에 참가하면서 삼성전자 C랩 전용 전시공간에 부스를 마련하는 등 삼성전자로부터 유무형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

임 대표는 최근 C랩 아웃사이드 4기 발대식에 참석해 후배 스타트업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삼성전자라는 든든한 글로벌 파트너와 함께 CES에 참가해 미디어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며 “현장에서 세계 각국의 보험사, 정부 관계자, 투자사들과 미팅을 갖는 등 꿈꿨던 글로벌 진출 계획들을 하나씩 실행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임준호 펫나우 대표 [사진=장문기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