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권대장을 국내 B2E(기업과 임직원 간 거래) 시장의 대표 서비스로 정착시키고 이르면 내년 동남아시아에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모바일 식권 서비스를 운영하는 벤디스의 수장 조정호 대표가 밝힌 포부다. 벤디스는 2014년 국내 최초로 기업용 모바일 식권 서비스 식권대장을 론칭했다. 종이식권과 식대장부, 법인카드 등으로 운영되던 기업 식대관리 시스템을 스마트폰 기반으로 바꿔 주목을 받았다.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벤디스 본사에서 만난 조 대표는 인터뷰 내내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 대표는 “현재 직장인들 행동 패턴에 집중한 플랫폼은 없다”며 “경제력과 구매력이 있는 직장인들을 집중 공략해 올해 식권대장을 대표 B2E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B2E 서비스는 임직원의 생산성이나 복지 향상을 위해 기업에서 도입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조 대표는 “식권대장의 강점은 기업과 기업에 소속된 직장인들의 접점을 확보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사라는 고정적이고 반복·습관화된 콘텐츠로 직장인들을 ‘록인(묶어두기)’했다는 게 조 대표의 분석이다.
벤디스는 올해 1분기 247개 기업과 식권대장 서비스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신규 고객사 수 220% 성장을 기록한 수치다. 벤디스는 지난 7년간 식권대장 누적 고객사 수인 1040여 곳을 뛰어넘는 신규 기업 계약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 직장인 16만명이 벤디스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식권대장 제휴점 수만 3만1500개에 달한다.
벤디스는 올해 식권대장 거래액 목표치를 1000억원으로 잡았다. 식권대장 거래액은 2015년 23억원, 2016년 103억원, 2017년 240억원, 2018년 422억원, 2019년 544억원, 2020년 600억원 등 증가세다.
조 대표는 “기업 임직원을 겨냥한 B2E 시장이 확장되는 추세인데 이런 분위기가 회사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B2E라는 키워드로 많은 전통적 B2B(기업 간 거래) 사업자들이 시선을 돌리고 있고, 코로나19가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접어들면서 식대 복지 시장이 크게 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이 임직원 복지를 위해 지출하는 시장 규모는 연간 45조원에 달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회계연도 기업체 노동비용 조사’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법정 외 복지비용’은 23만4000원이다. 이 중 32.6%가 식사비용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부터 매년 진행되는 같은 조사에서 식사 비용은 법정 외 복지비용에서 30~40%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 스마트폰 접한 법학도, 창업가로 변신
직원 수 50여 명인 벤디스를 이끌고 있는 조 대표는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출신이다. 그도 처음에는 평범한 고시생 중 한 명이었다. 법조인의 길 대신 창업가로 변신한 계기는 바로 ‘스마트폰’이었다. 조 대표는 “스마트폰 등장으로 지금까지 살던 시대와는 다른 흐름이 올 것 같다는 확신과 기대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앱 생태계 속에서는 개발자만 있으면 저자본 창업을 할 수 있다’는 당시 분위기도 조 대표가 창업가의 길에 도전하게 된 배경이다.
지역 사업에 항상 관심이 많았던 조 대표는 2010년 로컬적립서비스기업 ‘SCV’를 창업해 영업 총괄을 맡았다. 1986년생인 그가 25세 때다. 2012년에는 로컬모바일상품권기업 ‘브로컬리마켓’을 창업해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졸업한 뒤 취업 후 창업할지, 바로 창업할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조 대표는 “안정적인 급여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창업에 절대 도전할 수 없다고 주변 선배들이 입을 모아 조언했다”며 졸업 후 곧바로 창업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창업 초기에는 자본금이 없어 힘들었다”며 “창업 대출과 조금 모아 놓은 돈을 가지고 어렵게 사업을 시작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바꿨죠”
이름을 알리던 식권대장도 코로나19라는 위기에 봉착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근무 패러다임이 확 바뀌었다.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속속 도입했다. 근로자들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으니 식권대장을 쓸 일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고심하던 조 대표는 대응책을 내놓았다. 배달이나 온라인 폐쇄몰을 통한 식품 구매 형태로 식대 복지를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조 대표는 “과거에는 출근해야만 식사를 제공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재택근무도 일반 근무로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며 상황이 바뀌었다”며 “배달·온라인 식품 구매 등 재택근무자들도 누릴 수 있는 식대 복지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의 식대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식권대장은 2020년부터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점심시간마다 임직원들이 붐비는 식당을 방문하지 않고 사무실에서 개별적으로 식사할 수 있게 돼 눈길을 끌었다. 거래액 기준 연간 215.1%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조 대표는 “전통적 기업조차 재택근무 비중을 늘려가는 상황에서 어떤 근무 형태를 택하더라도 완벽하게 식대 복지를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는 식권대장이 유일하다”며 “최근 대기업에서도 도입 문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벤디스는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내 협력사 임직원들이 이용하는 구내식당에 모바일 식권 시스템을 구축했다. 롯데월드에 상주하는 편의시설 등 협력사 40여 곳이 식권대장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매월 4000여장 규모로 발행하던 종이 식권이 사라졌다.
조 대표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위기의식을 많이 느꼈지만 변화된 근무 형태 흐름을 빠르게 찾고 완벽하게 맞아 들어가는 서비스 구조를 만들다 보니 지금은 생각하지 못했던 기회를 접하게 됐다”고 했다.
◆ 기업 소통으로 탄생한 ‘퀵대장’
조 대표는 기업과 직장인을 둘러싼 환경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주위 환경이 변하고 이 같은 흐름 속에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귀 기울이고 긴장을 놓치지 않는 게 벤디스가 주목하고 집중하는 영역”이라고 힘줘 말했다.
기업 고객, 직장인, 제휴점 등 다양한 파트너 브랜드를 정보기술(IT)로 연결해 상생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게 조 대표의 구상이다. 벤디스는 ‘○○대장’을 연달아 출시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복지 포인트를 네이버 포인트로 전환 가능한 ‘복지대장’과 배달비 없는 배달 서비스 ‘배달대장’이 대표적이다. ‘꽃대장’은 기업 화환을 보낼 때 사용할 수 있다. ‘퀵대장’은 현재 식권대장을 이용하는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 중이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퀵 서비스를 예약하면 기사를 매칭해준다.
퀵대장은 식권대장 이용 기업과 소통하면서 탄생했다. 조 대표는 “식권대장을 이용하는 한 기업에서 모든 임직원 휴대폰에 식권대장앱이 설치돼 있으니 퀵 서비스를 예약할 수 있는 플랫폼도 넣어 달라고 요청했고, 수정·보완을 거쳐 퀵대장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회사 총무 업무를 점점 벤디스로 아웃소싱(외주화)하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조 대표는 “직장인들에게 집중해 식권대장 앱 내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이며 커머스적 요소도 도입 중”이라고 덧붙였다.
◆ 장기 목표는 ‘인력·업무 효율화’ ‘해외 진출’
인력·업무 효율화와 해외 진출은 조 대표가 꿈꾸는 장기 목표다. 조 대표는 “최근 식권대장 도입 문의가 물밀듯 들어오고 있다”며 “최적의 인력구조와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효율화 작업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과 관련해 조 대표는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식권·복지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관련 해외시장을 주의 깊게 보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에 시장 진출을 시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