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1주일째, '올스톱' 산업계 피해액 1.6조원…"며칠 못 버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총파업이 13일로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자동차, 철강, 화학 등 산업계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산업계 피해 규모가 약 1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상승 등 경제위기에 더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생산 차질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체별로 대체 운송 차량을 투입하고 임시 창고와 선적장을 확보하는 한편 공장 가동률을 최대한 낮추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며칠도 버티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파업 후 산업계 피해액 1.6조원 집계···공장 가동 중단될라 '노심초사'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7∼12일 6일간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주요 업종에서 총 1조5868억원에 상당하는 생산·출하·수출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문별로 보면 철강업계는 육상 운송을 통한 제품 반출이 제한되면서 총 45만t(톤)에 이르는 출하 차질이 발생했다. 철강 제품 평균 단가가 t당 155만원임을 고려하면 6975억원 규모에 달하는 피해를 본 셈이다.

특히 포항제철소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선재와 냉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선재공장은 제품 창고가 부족해 제철소 내 주차장과 도로에 제품을 야적하고 있어 1선재 공장부터 4선재 공장까지 전체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냉연공장은 가전과 고급 건자재용 소재를 주로 생산하는 2냉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선재 제품은 하루 약 7500t, 냉연제품은 약 4500t 등 약 1만2000t 상당 생산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제철은 하루 4만t 정도 물류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공장 가동은 이어가고 있지만 출하는 전면 중단된 상태다. 향후 생산량 조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화물연대 총파업 엿새째인 지난 12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스피돔 주차장에 항구로 옮겨지지 못한 기아 수출용 신차들이 임시 주차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석유화학 제품 출하량, 일주일 만에 10% 수준 급감···가전업계도 배송 지연 

석유화학업계는 전남 여수와 충남 서산 대산공단 등 석유화학단지를 중심으로 제품 반출이 제한되면서 5000억원 상당 제품 출하 차질이 발생했다. 화물연대 파업 노동자들이 운송 거부에 이어 산업단지 진·출입로를 수시로 점거하면서 제품 반출에 차질이 발생한 탓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는 현재 국내 석유화학업계 일평균 출하량은 파업 전 평균(7만4000t) 대비 10%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했다. 일부 석유화학업체는 이번 주부터 생산량 축소에 나설 방침인데, 최악에는 공장 가동 중단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장 내 재고 탱크가 사실상 포화 상태”라며 “공장 가동 중단 사태를 최대한 막기 위해 가동률을 낮추며 겨우 버티고 있지만 얼마 못 갈 것 같다”고 전했다.

반도체업계도 화물연대가 원재료 집단 운송 거부를 예고하면서 긴장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공정상 필수 원재료인 고순도 황산을 생산하는 LS니꼬동제련, 고려아연 울산공장 인근에서 화물연대 소속 파업자 시위가 있었던 것. 이들은 아직은 공장 진·출입로 봉쇄 등 실질적 행동에 돌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원재료 물량 다량 확보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업계도 물류 차질을 빚고 있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은 화물연대가 출입 차량을 제한하면서 냉장고·에어컨 등 가전제품 출하가 지연되고 있다. LG전자도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 국내로 들여오는 제품이 파업 영향으로 항만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 파업 장기화로 인해 소비자 배송 지연 사태가 심화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일부 가전제품 배송에 지연이 생길 수 있다고 고객들에게 공지하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 반도체 부품난에 더해 '출고 지연'···시멘트·타이어 업계도 낭패

자동차업계는 반도체 부품난에 더해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치면서 부품 반입이 난항을 겪으면서 5400대 생산 차질을 빚었다. 산업부는 총 2571억원(승용차 평균 1대당 판매가격 4759만원 기준) 상당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했다.

실제로 현대차 울산공장 가동률은 지난주 평소 대비 50% 수준까지 하락했다가 다소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토요일 특근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비조합원 납품 차량이 늘면서 가동률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주에만 하루 2000여 대도 생산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주 수요일(15일)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며 이후 심각한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멘트업계는 평시보다 출하가 90% 이상 급감하면서 시멘트 총 81만t이 건설 현장에 공급되지 못해 752억원(시멘트 제품 평균 단가 t당 9만2000원 기준) 규모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시멘트 업체들은 이번 주 대부분 공장 가동률을 50% 수준으로 줄일 예정이다.

레미콘업계는 전국 레미콘 공장에서 하루 평균 62만여 ㎥가 출하되는데 출하가 중단되면서 하루 평균 500억원 이상 매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출하가 일주일째 중단되면서 공사 현장은 ‘올스톱’ 위기다. 건축물 골조 공사에 필수인 레미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어업계는 약 64만개, 570억원에 상당하는 타이어 제품 출하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공장에서 생산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만 내수와 수출 물량 출하가 제대로 안 돼 공장 내부에 계속 쌓이는 상황이다.

금호타이어는 국내 공장 3곳에서 생산하는 타이어가 화물연대 총파업 이후 일주일 동안 전혀 출하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이날 대전 공장과 금산 공장 출하량이 각각 50%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한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공장 생산이 그나마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매출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화주 수출 애로 105건 접수···경제계, '업무개시명령' 촉구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화주들을 대상으로 접수한 애로사항은 이날 오전 9시까지 총 160건에 달했다. 이 중 수출 관련 애로 사항이 105건(66.6%)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납품 지연이 40건(25.0%)이었고 위약금 발생이 35건(21.9%), 선박 선적 차질이 30건(18.8%) 등이었다. 수입 관련 애로사항은 55건(34.4%)으로 이 중 원자재 조달 차질로 인한 애로가 25건(15.6%), 생산 중단이 15건(9.4%), 물류비 증가가 15건(9.4%)이었다.

기업들은 대체 운송 차량, 적재 창고 마련 등을 통해 파업 대응에 나섰지만 오래 버틸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가 지난 주말 내내 마라톤 회의를 했지만 서로 견해 차이만 확인해 파업 장기화 우려는 커지고 있다.

경제계는 업계 자체적으로 물류난을 해결할 수 없다면서 정부에 강제적인 파업 중단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6개 경제단체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상황에 따라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