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 투심이 얼어붙은 가운데 오랜만에 동반 흥행 사례가 나왔다. 수요예측 일정을 함께한 레이저쎌과 위니아에이드가 모두 희망범위 이상의 공모가를 확정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 수요예측을 진행한 바이오 기업 보로노이는 공모가 하단에 청약을 진행하게 됐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레이저쎌은 지난 9~10일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 희망범위(1만2000~1만4000원) 상단을 초과한 1만6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상단을 초과한 가격에 공모가가 확정되며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도 최대 1180억원에서 1348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번 수요예측에선 전체 공모 물량의 75%인 120만주를 모집했으며, 총 1486개 기관이 참가해 1442.9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체 참여 기관 중 94.55%에 해당하는 1405개 기관이 공모가 상단인 1만4000원을 초과한 금액을 제시했다. 1만6000원 이상을 제시한 곳이 90% 이상(94.26%)이었다.
레이저쎌은 면-레이저 기술을 바탕으로 칩과 반도체 기판을 접합하는 리플로우(reflow) 장비를 제조하는 회사다. 레이저쎌 제품은 칩 위로 면 형태의 레이저를 내리쬐기 때문에 열이 가해져 휘어지는 문제가 없고, 공정 효율성이 패키징 방식보다 3~15배 높다. 가격도 기존 장비 대비 절반 수준이다. 레이저쎌 관계자는 “최근 어려운 기업공개(IPO)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많은 기관이 당사의 기술력과 성장성을 믿고 수요예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공모가 희망 범위를 초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증시 하락세와 함께 공모주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공모 구조가 불리하거나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못한 기업들은 수요예측에서 여지없이 참패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유망 업종이면서도 확실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 안정적 현금흐름이 창출되는 가운데 성장세를 보이는 기업들은 흥행에 성공했다. 최근 공모를 진행했던 가온칩스, 범한퓨얼셀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레이저쎌과 위니아에이드 역시 기술력과 안정적 실적을 바탕으로 싸늘한 시장 투심을 뚫고 흥행을 기록한 기업이 됐다. 특히 일정이 겹친 두 기업이 모두 희망범위 상단 이상에 공모가를 확정한 사례는 지난 1월 13~14일 수요예측을 했던 스코넥·이지트로닉스 이후 처음이다. 레이저쎌과 위니아에이드는 일반 청약 역시 14~15일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반면 두 기업보다 하루 일찍 수요예측을 했던 약물설계 전문 기업 보로노이는 공모가 하단에 증시에 입성한다. 보로노이는 지난 8~9일 있었던 수요예측에서 희망범위(4만~4만6000원) 하단에 기관 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콘(시장평가 우수 기업) 특례 상장으로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보로노이는 상장을 위해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을 넘겨야 한다. 공모가 확정에 따른 보로노이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5055억원으로, 사실상 증시 입성을 위한 최소 요건을 충족하는 선에서 가격을 정한 셈이다. 보로노이는 지난 3월 5만~6만5000원에 코스닥 입성을 준비하던 중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